“강남·용산 핵심지에서 더 비싸게”...서울 ‘월 1000만원’ 초고가 월세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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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1건에서 2025년 36건으로 71%↑
작년 초고가 월세 용산 22건·서초 9건 ‘집중’

서울에서 보증금 없이 월세만 내는 아파트 거래 중 ‘월 1000만원 이상’ 초고가 계약이 급증했다. 서울 자치구 중에서도 서초구, 용산구 등 서울 핵심지에 무보증금 초고가 월세 거래가 몰리는 양상이다. 전세보증금을 투자에 활용하려는 수요와 함께 외국인, 법인 계약 등 ‘신용 기반 렌트형’ 수요 등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본지가 12일 알스퀘어와 공동으로 2023~2025년 서울에서 발생한 보증금 0원 아파트 월세 거래(국토교통부 실거래 데이터 기준)를 조사한 결과 월세 1000만원 이상 거래는 2023년 21건에서 2024년 29건, 2025년 36건으로 증가했다. 2년 새 71.4% 늘어난 수치다. 전체 거래 수는 454건(2023년)→467건(2024년)→453건(2025년)으로 큰 변화가 없었는데 1000만원 이상 거래만 늘었다. 1000만원 이상 월세 비중은 2023년 4.6%에서 2025년 7.9%로 상승했다.

무보증금 초고가 거래는 특정 권역에 집중됐다. 2025년 월세 1000만원 이상 36건을 지역별로 보면 용산구가 22건(61.1%)으로 가장 많았고, 서초구가 9건(25.0%)으로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현금 흐름이 좋은 임차인과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는 임대인 선택이 맞물린 결과라고 해석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초고가 월세는 자금 여력이 큰 고신용 임차인이 유입되면서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올리는 방식으로 나타난다”며 “월세를 보증금으로 환산하면 수십억원이 될 수 있어 임차인은 목돈을 맡기는 부담을 줄이려 하고 임대인은 월세 지급 능력이 확실한 임차인을 선호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실제 상위권 거래는 강남·용산 핵심지 대형 평형이 대부분이었다. 2025년 월세 상위 5개 거래를 보면 10월 16일 신규계약을 맺은 강남구 역삼동 ‘상지카일룸블랙’(전용 124.83㎡)이 보증금 없이 월세 1500만원으로 임대료가 가장 높았다. 이어 용산구 한강로2가 ‘래미안용산더센트럴’(전용 181.01㎡) 1470만원, ‘용산푸르지오써밋(420)’(전용 189.68㎡) 1465만원, 용산구 원효로1가 ‘용산더프라임’(전용 239.04㎡) 1450만원,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펜타스’(전용 107.64㎡) 1365만원 순이다.

상위 구간의 ‘기준선’도 올라갔다. 월세 상위 5%는 2023년 950만원에서 2024년 1000만원, 2025년 1100만원으로 상승했다.

월세 1000만원 이상 고액 거래는 특정 단지에 집중되는 경향도 나타났다. 2025년에는 ‘아스테리움용산’과 ‘래미안용산더센트럴’이 각각 6건씩으로 두 단지가 고액 거래의 3분의 1(12건)을 차지했다. 신규 계약뿐 아니라 갱신 계약도 14건(38.9%)으로 집계돼 무보증 초고가 월세가 반복되는 양상이 확인됐다.

고급 주거지 중심의 단기·유연 거주 수요와 함께 보증금 대신 월세가 합리적이라고 판단하는 고소득층이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개인 사업자는 월세를 비용 처리해 절세 효과를 볼 수 있고, 전세보증금처럼 목돈을 묶어두기보다 사업자금이나 투자에 활용하는 쪽이 유리하다고 보는 수요가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남동·성수동 등 보안과 라이프 스타일 유지에 대한 서비스 수요가 큰 지역에서는 외국인 임원, 연예인, 고소득 창작자 등이 목돈이 드는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초고가 ‘보증금 0원’ 거래가 일반적인 개인 간 임대차라기보다 임차인의 신용이 확실한 외국인·외국계, 또는 법인 계약 비중이 커진 영향이 반영됐을 가능성을 거론한다. 외국계 기업 주재원 숙소 제공, 국내 기업 임원 주거 지원 등에서 법인이 계약 주체로 등장하면 전세보다 월세 중심으로 구조가 재편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같은 기간 보증금 0원에 월세 50만원 미만 거래도 18건(2023년)→26건(2024년)→28건(2025년)으로 늘었다. 2025년 기준 동대문구(5건), 구로구(4건), 노원구·강북구(각 3건) 등 15개 자치구에서 분산 발생했고 동일 단지 반복 사례는 드물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초고액 시장도 있지만, 소득 요건 등을 이유로 보증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분들은 원룸 등에 거주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일명 ‘깔세’ 시장은 초고가 월세와 보증금을 만들기 어려운 저가 월세가 함께 존재해 양극화 양상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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