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로또를 사려면 동네 판매점을 찾는 게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스마트폰 화면 속 버튼 하나로 구매가 가능합니다. 24년간 이어진 '오프라인 중심' 공식이 깨진 순간입니다.
편의성 확대라는 기대와, 상권 변화·사행성 우려라는 그림자가 동시에 드리우고 있습니다. 무엇이 달라졌고, 무엇을 더 지켜봐야 할까요.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는 9일부터 모바일을 통한 로또 구매를 허용했습니다. 2002년 로또 도입 이후 처음 있는 변화입니다.
그동안은 복권 판매점 방문이나 PC 구매만 가능했지만, 이제는 모바일 홈페이지에 접속해 예치금을 충전하면 스마트폰으로도 살 수 있습니다.
물론 무제한은 아닙니다. 모바일 구매는 평일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만 가능하고, 1인당 회차별 한도는 5000원입니다. 온라인 전체 판매 비중도 전년도 판매액의 5% 이내로 제한됩니다.

가장 먼저 체감되는 건 접근성입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도, 집 소파에서도 구매할 수 있습니다. 판매점 영업시간을 맞춰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되고, PC가 없어도 스마트폰만으로도 구매가 가능합니다.
이미 금융·투자·쇼핑이 모두 모바일로 이동한 상황에서 로또 역시 흐름을 따라간 셈입니다.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신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경쟁이 아니라 보완 관계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옵니다.

하지만 오프라인 판매점의 시선은 복잡합니다.
전국 8000여 개 판매점은 판매액의 5.5%(부가가치세 포함)를 수수료로 가져갑니다. 1000원짜리 한 장을 팔면 부가세 빼고 50원이 남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단순히 '5.5%'라는 숫자가 아닙니다. 점주들이 더 걱정하는 건 소비자의 행동 변화입니다.
복권을 사러 들렀다가 음료나 담배를 함께 사던 추가 소비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바일 구매가 익숙해지면 매장을 찾는 발길 자체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동네 소형 매장은 타격을 우려하는 반면 1등 당첨자가 많이 나온 '명당' 매장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모바일 도입이 판매점 간 양극화를 가속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또 다른 쟁점은 사행성입니다.
스마트폰은 언제 어디서나 접근 가능합니다. 물리적 제약이 사라진 만큼 충동 구매 가능성도 커질 수 있습니다.
정부는 실명 인증과 회차당 5000원 한도, 온라인 판매 5% 제한으로 과열을 막겠다는 입장입니다. 시범 운영을 거쳐 문제점을 보완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그러나 소액 반복 구매가 늘어날 경우 중독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특히 경기 침체가 길어지는 상황에서 '작은 희망'이 과도한 기대심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결국 모바일 로또 허용은 세 가지 요소가 맞물린 변화입니다. 접근성 확대, 상권 재편 가능성, 사행성 관리라는 과제.
손안에 들어온 5000원은 누군가에겐 가벼운 기대이지만, 누군가에겐 하루 매출의 일부입니다.
이제 중요한 건 속도보다 균형입니다. 모바일이라는 기술 위에 올라선 로또가 '편리한 일상'으로 자리 잡을지, 또 다른 논쟁의 출발점이 될지는 앞으로의 운영 방식에 달려 있습니다.
스마트폰 속 작은 버튼 하나가, 생각보다 큰 변화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