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피겨 천재' 일리야 말리닌(22)은 이번 올림픽 팀 이벤트(단체전)에서 쇼트와 프리 스케이팅 모두 백플립을 성공시키며 미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그의 도약은 단순한 기술 성공을 넘어, 피겨계의 변화와 과거의 아픔을 동시에 조명하는 상징적인 장면이 됐다.

앞서 8일 쇼트 프로그램에서 백플립을 선보여 관중의 기립박수를 받았던 말리닌은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도 4회전 점프 5개를 성공시킨 뒤 스텝 시퀀스 도중 보란 듯이 백플립을 다시 한번 구사했다.
과거 백플립은 선수 보호 차원에서 엄격히 금지된 기술이었다. 1976년 미국의 테리 쿠비카가 처음 선보인 후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위험성을 이유로 이를 금지했고, 수행 시 감점 2점을 부여해왔다. 그러나 볼거리와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중시하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ISU는 2024년 빗장을 풀었고, 말리닌은 올림픽 무대에서 감점 없이 이 기술을 구사한 첫 선수가 됐다.

1990년대 여자 피겨계를 주름잡았던 보날리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심판 판정에서 불이익을 받았다고 느꼈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그는 은퇴를 각오하고 심판석 앞에서 금지된 백플립을 시도했다. 당시 그의 백플립은 '저항'과 '분노'의 몸짓이었고, 결과는 감점과 실격 논란이었다.
AP통신에 따르면 보날리는 말리닌의 연기를 지켜본 뒤 "이제 세상이 바뀐 것 같다. 실력만 좋다면 누구든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됐다"며 감격을 표했다. 그는 "과거에는 대중이 열린 마음을 갖지 못했지만, 앞으로 피겨가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말리닌이 쏘아 올린 공은 미국 팀의 금메달이라는 성과로 이어졌지만, 그 공중제비 안에는 28년의 시차를 둔 차별과 극복, 그리고 변화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