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없는 회사 정조준"…달라진 국민연금, 3월 주총 뒤흔들까 [국민연금의 주주활동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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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이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기금운용의 핵심 의사결정 라인인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의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예고된 가운데 소유분산 기업, 이른바 ‘주인 없는 회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주총 이전에 미리 공개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장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는 수책위와 위험관리성과보상위원회(위험관리위) 핵심 위원들 임기가 2~3월 줄줄이 만료된다. 당장 원종현 수책위원장과 신왕건 위험관리·성과보상전문위원장 겸임 위원 임기가 2~3월 중 종료됨에 따라 상근전문위원 교체가 임박했다.

시장 이목은 후임 인선에 쏠린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를 기점으로 노동계나 시민단체가 추천하는 ‘주주권 강화론자’들이 대거 포진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연금이 그간 경영진 안건에 기계적으로 찬성표를 던지며 ‘종이호랑이’ 혹은 ‘거수기’에 머물렀다는 일각의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 이행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인사들이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새롭게 구성될 수책위는 출범 직후부터 3월 주총이라는 실전 무대에 투입된다. 이들은 이사 선임·해임, 정관 변경 등 기업 지배구조와 직결된 민감한 안건들을 다룰 전망이다.

국민연금 ‘정조준’ 대상은 확실한 지배주주가 없는 소유분산 기업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본지가 에프앤가이드 자료를 토대로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의 5% 이상 지분 보유 현황을 분석한 결과, 국민연금은 △하나금융지주(8.68%) △신한지주(9.03%) △KB금융(8.68%) △우리금융지주(6.78%) △포스코홀딩스(8.09%) 등 국내 주요 소유분산 기업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주요 주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다음 달 24일 주총이 예정된 포스코홀딩스를 비롯해 KB금융 등 일부는 3월 정기 주총을 앞두고 있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이 실제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이들 기업은 특정 대주주의 지배력이 약해, 국민연금의 표심 공개가 주총 안건 통과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 ‘캐스팅보트’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둘러싼 제도적 장치도 한층 강화됐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 사전 공개 대상을 기존 ‘지분율 10% 이상’에서 ‘지분율 5% 이상’ 기업의 전체 안건으로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수책위가 반대 의결권 행사를 결정한 안건에 대해서는 세부 반대 사유까지 공개해 시장에 보다 명확한 시그널을 주겠다는 의도다.

또 배당성향이 낮은 기업을 중심으로 선정해오던 ‘기업과의 대화’ 대상 기준을 현금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을 모두 반영하는 ‘총주주환원율’ 기준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는 단순 배당 뿐만 아니라 자사주 매입·소각 등 실질적인 주주환원 노력을 더 정교하게 평가하겠다는 것으로, 정부의 밸류업 정책 기조와 궤를 같이 한다. 복지부는 이러한 조치가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여 장기적으로 주주가치와 자산가치를 제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다가올 3월 주총은 달라진 국민연금의 위상을 확인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라며 “인적 쇄신을 마친 국민연금 수책위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주요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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