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은 2020년 설립된 이후 시드투자를 시작으로 약 250억원 규모의 스케일업 목적 투자까지 성장단계별로 모태펀드의 손을 거쳤다. 리벨리온은 2024년 12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기업)에 등극했다. AI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AI 역시 정책펀드의 실탄으로 성장했다. 2017년 설립된 이후 시리즈 A~C에 걸쳐 전주기 투자 지원이 이뤄졌고 지난해 7월 유니콘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유니콘 기업의 성장 뒤엔 정책펀드의 장기 자본 공급이 자리잡고 있다. 국내 벤처 개척 시대에서 3세대 벤처에 이르기까지 정책펀드는 플랫폼, 핀테크,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민간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하며 산업 전반의 성장 경로를 뒷받침해왔다. 특히 최근 3세대 벤처가 AI·딥테크 기업을 축으로 성장하면서 대규모 인내자본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다.
9일 한국벤처투자에 따르면 2005년 1245억원으로 시작된 모태펀드는 작년 3분기 기준 누적 11조3313억원을 조성했다. 약 20년간 결성한 자펀드 규모는 총 46조3834억원(1392개)이다. 투자규모는 35조7900억원으로 총 1만1256개 기업에 투자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벤처는 크게 4개 세대로 나뉜다. 1980년~90년대 초반 휴맥스와 메디슨 등의 개척 시대를 거쳐 1990년대 후반 네이버·셀트리온·넥슨·컴투스 등 IT·인터넷 중심의 벤처 1세대가 대거 등장한다. 개척 기업들이 반도체·통신·의료기기 등 실물 기반으로 기술 혁신형 기업을 증명했다면, 1세대는 국제통화기금(IMF)위기로 한계를 맞았던 산업환경에서 IT 중심의 성장 비전을 제시했다. 이들은 글로벌 인터넷·모바일 강국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기업들로 꼽힌다.
이어 2세대에는 카카오를 필두로 우아한형제들,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무신사, 두나무, 야놀자, 컬리, 크래프톤, 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 등이 포함된다. 대부분 커머스와 플랫폼 중심으로 한 벤처·스타트업이다.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커머스·콘텐츠·금융·모빌리티 등 생활 전반으로 혁신 생태계를 확장했다.
특히 2세대 기업들은 2005년 모태펀드 출범으로 벤처투자의 양적 팽창의 영향을 받았다. 2000년대 초 닷컴버블 붕괴로 불모지가 된 벤처투자 시장을 재건하기 위해 도입된 모태펀드는 모험자본의 마중물 역할을 하면서 펀드 규모와 자펀드 수를 크게 늘렸다. 2세대 기업들이 유니콘으로 대거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국내 유니콘 이력을 가진 기업 10곳 중 8곳(48개사 중 41개사, 85.4%)이 모태자펀드의 수혈을 받았다.
3세대 벤처로 꼽히는 퓨리오사와 리벨리온, 화장품 생산·판매 기업 비나우 등도 성장 초기 모태펀드의 지원을 받았다. 퓨리오사와 비나우는 최근 유니콘 반열에 합류했다. 퓨리오사AI는 시리즈 D 투자 유치를 앞두고 현재 기업가치가 2조원대로 관측된다.
투자업계에서 모태펀드를 비롯한 정책펀드 투자 유치는 후속 투자를 비롯해 해외 투자 유치에서 위력을 발휘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투자에도 그레이드가 있다”라며 “모태펀드나 KDB(산업은행)의 자금 투입이 이미지메이킹을 통한 후속 투자를 이끌어내는 데에 유리하다보니 같은 투자를 유치하더라도 정책펀드는 ‘상급’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벤처기업 중에 투자를 유치하는 기업은 단 20%에 불과하다”라며 “투자를 받지 못하는 80% 기업들이 찬물, 더운물을 가릴 상황은 아니지만 정책펀드를 받기 위해 재무 전략을 강화하는 등의 노력으로 첫 투자를 잘 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정책펀드를 비롯해 후속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단순한 아이디어를 넘어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혁신·효율화하거나, 글로벌 확장성을 가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퓨리오사AI의 2세대 NPU ‘RNGD(레니게이드)’는 대규모 AI 서비스에 필요한 고성능 요건을 충족하고, GPU 대비 전력 소모와 운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확장성에선 비나우가 대표적이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기술력, 아이디어, 재무 등 다양한 요인이 필요하지만 이 기업의 현재 비즈니스 모델이 얼마나 성장성, 확장성이 있느냐‘가 후속 투자의 귀결 지점”이라며 “투자자 입장에선 ’현재 이 시점에서 이 밸류로 들어갔을 때 2년, 5년 후에 내가 얼마를 벌 수 있느냐‘ 이 관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