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대형마트, 심야 영업 불가·월 2회 의무휴업
대형마트, 신선식품·점포 기반 물류망 강점

당·정·청이 대형마트 규제의 핵심인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에 속도를 내면서 새벽배송 시장의 판이 흔들릴 전망이다. 법 개정이 현실화할 경우 대형마트의 본격 참전이 예상되지만, 기존 이커머스업체들이 이미 물류 인프라와 운영 노하우로 주도권을 굳힌 만큼 대형마트는 수익성 검증을 전제로 한 ‘신중한 추격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9일 정치권·유통업계에 따르면 당정청은 전날 개최한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허용 등 온라인 배송 규제를 합리화하기 위해 유통법을 14년 만에 개정하기로 했다. 현행 법에는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경우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심야영업을 제한하고 월 2회 의무휴업일을 지정하는 조항(12조의2. 대규모 점포등에 대한 영업시간의 제한)이 있다. 이로 인해 오프라인 기반 대기업 매장에선 새벽배송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대형마트와 SSM도 오프라인 점포를 거점으로 한 새벽배송과 심야배송을 제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그동안은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와 별도 배송망을 갖춘 이커머스업체 중심으로 가능했던 서비스가 점포 기반 대형 유통채널에서도 심야 시간에 포장, 반출, 배송 등의 영업 행위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규제가 완화되면 그동안 치열했던 온라인 플랫폼 간 경쟁 구도가 온라인-오프라인 유통대기업 간 경쟁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새벽배송이 가능해지면 일단 대형마트업계가 신선식품과 장보기 수요에서 경쟁력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쿠팡과 컬리, 오아시스마켓 등이 신선식품 분야에서 우위를 점해왔지만, 신선식품 소싱과 품질관리 역량에 있어 오랜 노하우를 확보한 대형마트가 뛰어들 경우 충분히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평가다. 대형마트는 산지 직거래와 대량 매입 구조, 냉장·냉동 유통망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축산·수산·즉석조리식품(HMR) 등에서 높은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 오프라인 경험을 바탕으로 온라인 수요로 끌어들이는 새로운 O2O(Offline to Online) 시너지를 통해 충성 고객을 묶어두는 데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전국 곳곳 점포망을 활용한 근거리 물류도 강점으로 꼽힌다. 전국 주요 도심에 분포한 매장을 도심형 물류 거점으로 전환하면 배송 거리와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쿠팡처럼 신규 대형 물류센터를 추가로 구축하지 않고도 분산형 배송망을 운영할 수 있어 초기 투자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대형마트들이 즉시배송과 퀵커머스 실험을 확대해 온 점도 이런 전환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다만 배송 포트폴리오 확장에 따른 수익성은 최대 과제다. 초단기 배송은 인건비와 물류비 비중이 높고 일정 규모의 주문량이 확보되지 않으면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자동화 물류 설비와 라스트마일 배송 네트워크, 운영 데이터 측면에서는 이커머스업체들이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가 많다. 선두 기업들도 초기 대규모 투자 이후에야 운영 효율을 끌어올린 만큼, 후발 주자인 대형마트가 단기간에 동일한 원가 구조를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법 개정에 따른 심야영업 제한이 풀리더라도 전면 확대보다는 수익성이 검증된 지역과 상품군 중심의 단계적 도입이 유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당정청이 전격적으로 나섰지만 규제 완화를 둘러싼 반발도 변수다. 소상공인단체들은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진출이 골목상권 매출 잠식을 가속할 수 있다"고 반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정치권에서는 대형마트의 상생협력기금 출연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그에 따른 업계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도 난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