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구조 급변해도 통계체계는 그대로⋯정책 괴리 우려 [국가 통계의 미래]

기사 듣기
00:00 / 00:00

지난 10년간 가구구성 변화, 빈곤율 3.56%p 높여⋯1인 가구 증가로 평균 자산도 왜

한국 사회의 급격한 인구·가구 구조 변화가 빈곤과 자산 격차를 ‘통계 착시’ 속에 가두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 기준에 맞춰 설계된 기존 통계 체계가 급변하는 인구·가족 구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실제 삶의 변화와 정책 판단 사이에 괴리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이투데이가 국가데이터처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활용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지난 10년간 가구구성 변화 단일요인으로 상대적 빈곤율이 3.56%포인트(p)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상대적 빈곤율은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실제 생활에 쓰는 돈)이 중윗값의 절반 미만인 인구 비율이다. 국민의 전반적인 소득수준은 과거보다 개선됐지만 저출산·고령화로 소득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1·2인 가구가 늘면서 통계상 빈곤인구가 늘고, 이는 빈곤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특히 빈곤율은 2021년까지 꾸준히 하락하다가 이듬해부터 상승 전환됐는데 2020~2023년에는 코로나19 사태로 혼인·출산이 급감했다. 가구구성 변화에 따른 빈곤율 왜곡도 이 시기에 두드러졌다.

가구구성 변화에 따른 빈곤율 착시는 국제표준에 갇힌 통계 생산·분석 방식에 기인한다. 한국의 가파른 인구·가족구조 변화는 세계 어디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이 때문에 국제표준에 따른 통계는 한국의 사회 문제를 왜곡할 가능성이 크다.

인구·가구구성 변화는 소득·자산 등 평균값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 사회에선 혼인을 계기로 증여나 자산 취득이 발생해 1·2인 가구 간 자산 격차가 크다. 혼인 감소로 1인 가구가 늘면 모든 개인의 자산이 늘어도 가구별 자산의 평균값이 감소할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특성이 통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 정책도 왜곡될 수 있다. 일례로 빈곤율이 가구 분화라는 인구통계학적 요인(가구 해체로 통계상 소득이 감소하는 현상)에 의해 가파르게 상승하면 정부는 실제 가계의 소득과 상관없이 지표상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에 집중하게 된다. 시급한 지원이 필요한 사각지대 발굴보다 보편적 현금성 복지 확대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의 특수한 인구·가구 변화를 고려한 ‘한국형 지표’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문가들은 통계 생산은 기존 방식을 따르되 데이터가 현실을 반영할 수 있도록 보충자료 생산과 연구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시계열 분석이나 국제 비교 등을 고려할 때 통계 생산에서 ‘약속된’ 방식을 바꾸긴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보충자료나 보완자료를 만들 수 있을 것이고 정치적으로 오염될 수 있는 해석은 개별 연구자들에게 맡기되 자료를 충실히 제공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