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성장판 닫히자 AI로 체질 전환…AIDC 수익화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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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통신업계를 강타한 해킹 사태는 ‘땅따먹기식’ 이동통신(MNO) 시장이 포화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위약금 면제 기간 동안 통신사 간 가입자를 뺏고 뺏기는 출혈 경쟁이 반복되면서 기존 사업 구조의 한계도 분명해졌다. 이 가운데 인공지능 전환(AX)은 통신사에게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

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통신사들이 미래 먹거리로 꼽는 AI 데이터센터(AIDC) 중심의 AI 사업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 여파에도 SKT와 LG유플러스의 AI 사업은 실질적 성과를 내며 실적을 방어했다. 해킹 사태로 인한 위약금 면제 기간을 거치며 내수 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확인한 통신사들은 AI 전환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최대 가입자 수를 보유한 SKT의 주요 사업 가운데 AIDC는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AIDC 매출은 전년 대비 34.9% 증가한 5199억원이다. 서울 가산과 경기 양주의 DC 가동률 상승 및 판교 DC 인수가 두 자릿수 성장세를 견인했다. 지난해 4분기 AIDC 매출은 15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2% 급증하는 등 성장세도 가파르다.

SKT는 지난해 AI CIC(사내회사) 체계를 구축해 AI 역량을 결집한 데 이어 올해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실질적 사업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9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추진 중인 울산 AI 데이터센터를 착공했으며 올해 서울 지역 추가 데이터센터 착공도 앞두고 있다.

SKT는 소프트웨어부터 하드웨어까지 아우르는 ‘풀스택 AI 역량’을 강조한다.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러스터 ‘해인’은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사업단에 선정돼 100% 가동되고 있다. ‘에이닷엑스 케이원(A.X K1)’은 독파모 프로젝트 2단계 진출에 성공하며 성능을 인정받았다.

LG유플러스의 지난해 기업인프라 부문 매출은 1조8078억원으로 전년 대비 6% 증가했다. 기업인프라 부문 성장을 이끈 AIDC 매출은 4220억원으로 18.4% 늘었다. LG유플러스는 ‘케이스퀘어 가산 데이터센터’를 시작으로 DBO(설계·구축·운영)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착공을 시작한 파주 데이터센터의 추가 수요가 예상되면서 2단계 투자 확대도 적극 검토할 예정이다.

이처럼 통신사들이 기업 체질을 AI 중심으로 전환하는 배경에는 국내 통신 시장이 이미 포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가입자 순증이나 ARPU(가입자당 평균매출) 중심의 성장 전략은 한계에 봉착했지만 AI와 클라우드 수요는 정부, 금융, 제조, 공공 부문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통신사는 전국 단위의 네트워크망과 전력망 등의 인프라를 보유했을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운영 경험을 가지고 있어 구조적으로 AI 데이터센터 사업 진출에 유리하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AI 서비스를 고도화시키는 과정에서 AIDC 용량이 어마어마하게 필요하다”며 “아직은 돈이 많이 들어가는 단계이지만 향후 수익화 여지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T와 LG유플러스의 실적 발표에서 AI 사업 수익화가 일부 확인되면서 오는 10일 예정된 KT의 실적 발표에도 관심이 쏠린다. 무단 소액결제 사태에 따른 전 고객 유심칩 교체 비용이 4분기 실적에 반영될 예정인 가운데 AI 관련 사업 매출이 비용 부담을 얼마나 상쇄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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