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은 늘었는데…AI 전환 앞둔 노동시장 ‘시험대’ [고용시장 역설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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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청년 채용 5만1600명…신입 66%
AI 전환 본격화…고용 확대와 구조 변화 병행
권창준 차관 “노동시장 격차 완화가 핵심 과제”

이재명 대통령의 청년 일자리 확대 요청에 재계가 올해 5만 명이 넘는 신규 채용 계획으로 화답했다. 다만 인공지능(AI) 확산과 산업 전환이 맞물리면서 고용의 질과 구조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과제도 떠오르고 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10대 주요 대기업은 올해 총 5만1600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보다 약 2500명 늘어난 규모로 이 가운데 66%에 해당하는 3만4200명은 신입사원으로 선발된다. 기업별로는 삼성이 1만2000명 △SK가 8500명 △LG가 3000명 △포스코 3300명 △한화 5780명 등 채용에 나설 예정이다.

기업들은 채용 확대를 미래 산업 대응과 지역 투자 전략과도 연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환 가속화에 맞춰 지난해보다 약 3000명 늘어난 1만명 채용을 계획하고 있다. SK그룹도 당초 계획보다 500명을 늘려 8500명을 채용할 방침이며, 신규 공장 가동을 앞둔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반도체 인력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LG그룹 역시 향후 3년간 1만 명 채용 계획을 밝힌 가운데, 올해 채용 인원의 70%를 신입으로 선발할 계획이다.

삼성의 경우 올해 1만2000명 채용을 포함해 5년간 총 6만 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유지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최근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삼성전자의 영업실적이 많이 올라 올해 좀 더 채용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고 밝혔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바이오,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 산업에서 인재 채용이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국내 주요 대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신입사원 공개채용 제도를 유지하고 있어 청년층의 관심도 높은 상황이다.

대규모 지방 투자와 맞물린 지역 인재 채용 확대도 병행된다. 현재 주요 10대 그룹은 향후 5년간 약 270조원 규모의 지방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역 거점 중심의 고용 창출과 협력사 연계 채용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채용 확대 흐름과 맞물려 정부는 2026년을 노동시장 구조 전환의 분기점으로 보고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은 6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영자총협회 주최 ‘제4회 한국최고경영자포럼’에서 “AI 확산과 산업 전환 과정에서 구조조정, 인력 문제, 규정문제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권 차관은 다만 이를 단순한 위기로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헌법상 근로권을 정책의 출발점으로 삼아 노동시장 격차 해소와 지속 가능성 확보를 핵심 방향으로 가져가고 있다”며 “청년, 중소사업장, 비정규직 등 구조적으로 취약한 영역에 정책 자원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는 청년 고용을 노동시장 격차 해소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기업 채용이 경력직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청년층이 일할 기회 자체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권 차관은 “청년들이 노동시장 밖으로 이탈하지 않도록 직업훈련과 상담, 발굴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근로시간과 산업 안전 정책 역시 ‘강제’보다는 ‘유도’에 방점을 찍는다. 정부는 임금 감소 없이 근로시간 단축을 실현하는 기업에 재정 지원을 제공하고, 소규모 사업장에는 기술·재정 지원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제도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정년 연장 논의도 중장기 과제로 병행한다는 입장이다.

권 차관은 “채용 확대라는 긍정적 흐름을 산업 전환 과정에서 어떻게 유지하고 확산할지가 중요하다”며 “현장의 부담을 줄이면서 노동시장 격차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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