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환율안정·국내주식 투자하면 인센티브”…관치금융 제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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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처, '2026회계연도 기금운용평가 지침' 개정⋯환율 대응, 벤처·코스닥 투자에 가점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6년도 제1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6.01.26. mangusta@newsis.com (뉴시스)

정부가 국민연금을 활용한 환율 방어와 증시 부양의 근거를 마련했다. 기금운용평가 시 환율 변동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거나 벤처·코스닥 투자를 늘리면 가점을 주는 방식이다. 기금운용평가 결과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와 성과급 지급률에도 반영돼 현장 구속력이 크다. 자칫 ‘수익 최대 증대’라는 기금운용 최우선 가치가 뒷전으로 밀릴 우려가 있다.

기획예산처는 29일 발표한 ‘2026회계연도 기금운용평가 지침’ 개정안에서 기금의 해외자산 운용평가 항목에 ‘환율 변동 위험 관리’를 신설했다. 배점은 대규모 1.5점, 대형 1.0점, 중소형 0.6점이다. 24개 기금 중 대규모는 국민연금이 유일하단 점에서 국민연금에 환헤지 비율을 높이거나 달러를 매도하도록 유도하는 항목으로 볼 여지가 있다. 평가항목 신설을 위해선 ‘자산운용 위험관리의 효율성’ 배점을 축소했다. 여기에 실제 운용 과정에서 환헤지 전략이 바뀌면 이를 반영해 수익률을 평가하기로 했다.

기획처는 연기금 해외자산 증가로 환율 변동이 기금 가치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다는 점을 배경으로 들지만, 외환시장과 해외주식시장 흐름이 예상을 벗어나면 장기 환평가 이익 차단과 간접비용 발생 등 가입자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정부는 국내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국내주식 평가기준(벤치마크)에 코스피 외에 코스닥 지수를 5% 반영하기로 했다. 또 벤처투자 가점을 기존 1점에서 2점으로 확대하고, 펀드 결성 초기 3년간의 수익률은 평가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초기 비용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이 발생하는 ‘J 커브 효과’를 고려해 기금이 혁신성장 분야에 과감히 투자하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공공성 확보 노력’ 평가항목에는 ‘국민성장펀드’를 추가했다. 수익과 무관하게 정부 정책에 동참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수익 훼손 가능성이다. 벤치마크 변경으로 기금이 변동성이 큰 코스닥 비중을 기계적으로 늘리고, 검증되지 않은 벤처 펀드에 자금을 투입하면 장기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

반면, 기획처는 투자 실행과정의 적정성 항목 중 ‘해외투자, 대체투자 등 투자 다변화 노력’에서 ‘해외투자’라는 단어를 삭제했다. 기획처는 “해외투자가 이미 활성화해 강조할 필요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현장에선 ‘해외주식 대신 국내주식에 투자하라’는 압력으로 읽힐 수 있다. 특히 정부는 ‘기금 자산운용 기본방향’ 준수 여부에 대한 배점을 4.0점에서 4.5점으로 확대했다. 기금운용 실행력을 높인다는 취지지만, 그만큼 기금운용의 독립성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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