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은 의무, 책임은 개인’… 주먹구구식 연대보증 처리, 또다시 갈등으로

▲부산공동어시장 초매식 광경 (사진제공=부산시)

부산공동어시장과 부산공동어시장 중도매인협회가 중도매인의 경매 자격 요건으로 운영 중인 ‘연대보증’ 제도 개선을 놓고 논의에 착수했다. 수산업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중도매인 파산이 잇따르고, 보증을 선 중도매인들까지 연쇄 피해를 입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공동어시장과 중도매인협회는 지난 21일, 중도매인이 경매 자격을 얻기 위해 다른 중도매인 2명이 각각 5000만 원씩 보증을 서야 하는 현행 연대보증 제도의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고 내부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현재 연대보증인이 없으면 경매 참여 자체가 불가능하다.

문제는 이 제도가 중도매인 개인 간 신뢰에 과도한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수산물 유통 환경 악화와 자금난으로 중도매인 부도가 현실화하면서, 보증인으로 이름을 올린 중도매인들까지 채무 부담에 노출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연대보증을 처리를 둘러싼 내부 갈등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중도매인 A 씨는 자신이 보증을 섰던 중도매인 B 씨가 2024년 어시장 어대금을 갚지 못한 채 협회를 탈퇴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A 씨는 "부도 시 중도매인협회에 예치된 회비와 보증금이 어대금 충당에 사용되는 것이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며 "그 돈이라도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협회를 찾았다"고 말했다.

중도매인들 사이에서는 협회 회비는 도매인의 부도 발생 시 강제조항으로 묶여 있는 연대보증처리를 위해, 공동어시장 어대금에 우선 충당되고, 해당 중도매인에게 반환되지 않는 것이 사실상 '불문율'처럼 굳어져 왔다는 증언도 나온다. 그러나 B 씨의 경우, 보증금 명목의 금액을 이미 수령한 뒤였다.

A 씨 주장에 따르면, 중도매인협회는 협회장과 친분이 있는 B 씨에게 보증금 중 1700만 원을 협회 물자대로 선(先) 차감한 뒤, 나머지 금액을 지급했다. A 씨는 이를 두고 “연대보증을 선 중도매인의 책임 재산을 감소시키는 불법 행위”라며 "집행부와의 친소관계에 따라 예외적 행정이 이뤄진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도매인협회 측은 “B 씨가 파산 신청을 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며 “설령 알았더라도 해당 금액은 B 씨 개인의 돈이어서 지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협회는 또 “모든 중도매인의 연대보증 관계를 일일이 기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A 씨는 “연대보증인은 매년 갱신되는 구조라 모를 수가 없다”며 “협회가 회비와 보증금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법적 조치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갈등은 중도매인 수 감소와 맞물려 더욱 빈번해질 가능성이 크다. 10년 전 108명이던 중도매인은 현재 75명까지 줄었고, 지난해에는 고령화와 경영 악화로 역대 최대인 8명이 중도매인 자격을 포기하거나 상실했다.

연대보증 구조의 취약성은 과거에도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박극제 전 부산공동어시장 대표는 재임 시절 어(魚)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중도매인 2명에 대해 지정 취소 조치를 제때 하지 않아 법인에 6억 원이 넘는 손해를 끼친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어시장 안팎에서는 "연대보증이라는 개인 간 책임 구조에 의존하는 한 유사한 분쟁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공적 시장 운영에 걸맞은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대보증 개선 논의가 단순한 제도 손질에 그칠지, 구조적 개편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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