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들 판매장려금 상향 조정
현금 얹어주는 '마이너스폰'까지
마케팅 비용에 4분기 실적 부담

KT의 위약금 면제 조치를 계기로 SK텔레콤 해킹 사태 때의 ‘보조금 치킨게임’이 재현되고 있다. 통신사들이 KT 이탈 가입자를 끌어오기 위해 수십만 원 가량의 판매장려금을 지원하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4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비용 증가에 따른 부담이 함께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인한 위약금 면제 조치 이후 KT의 가입자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7일까지 8일간 KT에서 다른 통신사로 번호이동한 가입자는 총 13만599명으로 집계됐다. 7일 하루 동안 KT를 이탈한 가입자만 2만3100명이다.
13일까지 이어지는 KT 위약금 면제 기간 동안 이탈 가입자를 흡수하려는 다른 통신사들은 판매장려금을 상향 조정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 이른바 '성지'로 불리는 유통점에서는 갤럭시 S25, 아이폰 17 등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사실상 무료로 판매하거나 일부 기종은 현금을 더 얹어주는 '마이너스폰'까지 등장했다.
SKT는 5G 프리미엄 요금제 기준 아이폰 17, 갤럭시 S25 시리즈와 Z플립7 등의 번호이동 가입자에 약 80~100만 원대의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을 지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응해 KT는 월 3만 원대 저가 요금제 가입자에게도 수십만 원의 공시지원금을 주는 등 가입자 이탈 방지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지원금 경쟁이 과열되면서 지난해 7월과 같은 ‘보조금 치킨게임’이 재점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유심 해킹 사태로 위약금 면제 조치를 열흘 간 시행한 SKT는 16만6000여 명의 가입자를 잃었다.
지난해 7월 SKT의 위약금 면제 시기를 포함한 3분기 공시를 살펴보면 KT는 판매촉진비 및 판매수수료∙광고선전비 등의 마케팅 비용에 전 분기 대비 약 236억 원을 더 지출했다. LG유플러스에서도 판매수수료 기준 전 분기 대비 약 361억 원의 비용이 더 나갔다.
SKT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2024)보다 90.9% 급감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부과한 1348억 원의 과징금과 해킹 사태 대응으로 5000억 원 규모 고객 보상안을 발표한 것이 반영됐다. 보조금 경쟁으로 SKT의 마케팅 지출이 늘어나면 4분기 영업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입자 유치에는 효과적이지만 마케팅 비용 청구서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보조금 경쟁으로 인한 마케팅 비용은 4분기 실적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입자 유치를 통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전략일 수 있다”며 “단통법 폐지 이후 평시에는 가입자 이동이 크지 않은 만큼 위약금 면제 시기에만 일시적으로 이동할 수 있어 경쟁이 치열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KT를 이탈한 13만599명 중 74%가 SKT로 넘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해킹 사태를 겪었음에도 이동하는 비율이 높은 배경으로 원래 SKT였던 가입자가 복귀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SKT는 지난해 4월 19일부터 7월 14일 사이 SKT 회선을 해지한 사람이 재가입하면 가입연수와 멤버십 등급을 해지 전으로 원상복귀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윤석빈 서강대 정보통신대학원 교수는 “이동통신 3사 중심의 독점 구조에서 모두가 개인정보 유출∙해킹 사고를 겪은 만큼 소비자들이 가장 최근에 발생한 사태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