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中, 실증 실패해도 책임 안 물어⋯젊은 인재에 판 깔아줘야" [리코드 코리아③]

단리신 전자과기대(선전) 고등연구원 교수
중국 정부 차원 교수 연구, 창업 병행 환견 조성
프로젝트 성공보다 방법론, 경험 축적 중시 문화
"실무형 인재 생산력 향상이 AI 경쟁력 척도"

▲지난달 11일 중국 선전에서 단리신 교수가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연진 기자 yeonjin@)

“인공지능(AI)은 증명이 아닌 응용의 영역입니다. 산업 현장을 투영하지 못한 기술은 논문 속 박제에 불과합니다. 이제 AI 경쟁의 승부처는 기술력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의 ‘쓸모’를 정의하고 현장에 이식할 최적의 인재를 선점하는 데 있습니다.”

전자과학기술대학(선전) 고등연구원 인공지능·로봇혁신연구원 부원장인 단리신(段立新) 교수는 최근 중국 선전에서 본지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연구자이자 창업가, 교육자이자 산업 실무자인 그는 ‘실무형 AI 인재’로 생산력을 높이는 것이 앞으로 AI 경쟁력의 척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대에 이미 박사급 연구자를 양성하며 천재성을 증명한 단리신 교수. 그는 싱가포르 국립대(NUS)와 과학기술연구청(A*STAR)이라는 최고 수준의 연구 현장을 거쳐, 미국 아마존(Amazon)의 첫 스마트폰 개발 프로젝트를 이끈 준비된 혁신가다.

아마존을 떠나 2016년 중국으로 복귀한 단리신 교수를 움직인 건 단순한 보조금을 넘어, 교수가 연구실과 시장을 동시에 흔들 수 있도록 설계된 ‘연구·창업 병행 환경’이었다. 그는 “당시 보조금과 주택 지원 등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한 국가 차원의 많은 지원이 있었다”며 “특히 교수가 연구와 창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국가적 전폭 지원이 천재 과학자의 전장(戰場)을 학계에서 산업계로 확장시킨 셈이다.

귀국 직후부터 2019년까지 단리신 교수는 베이징에서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가 주도한 전국 단위 데이터 거버넌스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후 선전으로 넘어와 청두에 본교가 있는 전자과학기술대학의 고등연구원을 만드는 데 관여했으며 ‘톈하이천광’이라는 AI 회사도 설립했다. 현재 선전의 고등연구원은 1500명 규모이지만 선전시 정부가 새 캠퍼스를 짓기 위해 30억 위안을 투자하면서 정원은 3000명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그가 이끄는 연구원 소속 200여 명의 학생들은 톈하이천광의 연구 프로젝트에도 참여한다. 정부와 기업의 공동 프로젝트에 대학과 기업이 함께 신청하거나 기업의 연구 프로젝트를 학교 연구원이 맡는 방식이다. 이 같은 ‘산학연 연구생태계’는 산업 특화형 AI 인재를 육성하는 데 유용하다. 학생들은 솔루션 설계, 제안서 작성부터 모델 개발, 최종 납품까지의 전 과정을 독립적으로 수행하며 기업의 PM(프로젝트 매니저)와 연구원 전담 교수들이 멘토링을 진행한다.

무엇보다 중국에선 AI 인재를 산업 현장으로 끌어들이는 제도적 유인이 명확하다. 선전시 정부는 AI 실증 프로젝트 하나에 500만 위안(약 9억 원)을 지원한다. 그는 “실패해도 정부는 지원금 반환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중요한 것은 성공 여부가 아닌 실증 과정에서 얻은 방법론과 경험의 축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단리신 교수는 차기 ‘AI 경쟁’의 본질을 기술 격차가 아닌 생산력 전환 능력에서 찾는다.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3년 9월 제안한 ‘신질생산력(新?生?力)’ 개념과 맞물린다. 그는 “로봇이 춤을 추거나 시연용 데모를 보여주는 단계는 의미가 없다”며 “AI가 공장, 공항, 에너지 설비, 행정 시스템 등 구체적인 산업 현장에 들어가 업무를 대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핵심은 결국 산업 장면(시나리오)을 찾는 것”이라며 “AI 기술은 생수 한 병처럼 사와서 바로 쓰는 게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비즈니스 장면에 맞게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부족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기술과 산업을 동시에 이해하는 인재”라며 “기술을 산업의 언어로 번역해 생산력으로 전환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인재들이 대기업 취업이나 해외 진출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중국에선 정부와 기업이 실증 기회를 제공해 젊은 인재들이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현장에 뛰어드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단리신 교수는 “한국은 전자·모바일 등 하드웨어와 산업 기반이 매우 탄탄한 나라”라며 “젊은 인재들이 실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좋은 인재 양성 방식”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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