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허드슨 야드’로… ‘반백살 고터’ 대변신 예고 [서울 복합개발 리포트①-2]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앞 사평대로에 고속버스와 승용차가 지나가고 있다. (김지영 기자 kjy42)

퇴근 시간이 시작된 오후 6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앞 사평대로에선 고속버스와 승용차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반대편 차선 역시 시내버스와 택시, 승용차가 뒤엉키며 도로는 좀처럼 흐름을 찾지 못했다. 하루 평균 약 4000대의 고속버스가 출입하면서 연출하는 만성정체를 단번에 보여준 장면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이 개장 50년 만에 대대적인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1976년 문을 연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서울과 전국을 잇는 촘촘한 노선망을 바탕으로 ‘아침은 서울, 점심은 부산’을 가능케 한 교통 허브였다. 그러나 수십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시설 노후화는 물론, 터미널 일대의 만성적인 교통 체증과 대기오염 문제가 고질적으로 지적돼 왔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미국 뉴욕의 ‘허드슨 야드(Hudson Yards)’, 일본 도쿄의 ‘아자부다이 힐스(Azabudai Hills)’에 견줄 만한 글로벌 랜드마크로의 변화를 꿈꾼다. 허드슨 야드와 아자부다이 힐스는 모두 도심 한복판에 오피스와 상업·문화시설을 유기적으로 배치해 성공한 대표적 사례다.

버스는 지하로 지상엔 60층 '도시 속 도시'

13일 서울시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부지(14만6260㎡)를 사전협상 대상지로 선정하고 대규모 복합개발을 위한 협상 절차에 착수했다. 사전협상 제도는 민간과 공공이 협의해 5000㎡ 이상 대형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개발계획과 공공기여 방안을 조율하는 방식이다. 신세계센트럴과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등 민간 사업자는 지상 60층 이상, 3개 동 이상 규모의 복합개발 구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판매·숙박·문화·주거 기능을 아우르는 ‘도시 속 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계획의 핵심은 고속버스터미널의 지하 통합과 현대화다. 반세기 가까이 사용된 터미널은 시설이 노후한 데다 부지 절반 이상이 주차장으로 활용돼 보행 동선을 단절시키는 구조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루에도 수많은 고속버스가 오가는 만큼 주변 교통 혼잡과 소음·매연 문제도 심각하다. 터미널과 맞닿은 지하철 고속터미널역(3·7·9호선)의 복잡한 환승 동선 역시 개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따라 고속버스를 지하로 직접 연결하는 전용 차로를 신설해 지상 교통량을 대폭 줄이고 주변 도로를 입체화·지하화해 교통 체계를 전면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한강과 연계한 입체 보행교와 공개공지 등을 조성해 보행 환경을 개선하고 한강 접근성도 크게 높인다는 계획이다.

도시관리계획 변경과 각종 인허가 절차가 남아 있지만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서울고속터미널 일대는 서울시의 국제교류복합지구, 강남 도심(GBD), 여의도(YBD), 용산 국제업무지구를 잇는 새로운 글로벌 핵심 거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복합개발 조감도. (사진제공=서울시)

“교통난 해소·편의 향상 기대”…최상급 주거지 매력도 한 단계 더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복합개발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감은 상당히 높다. 인근 주민 김모 씨(53)는 “근처 교통이 복잡해 웬만하면 차를 안 가지고 나온다”며 “도로를 지하화해 버스가 덜 다니면 지금보다 살기 좋은 동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정모 씨(45)는 “아침 출근 때 이 주변에 오면 속도가 확연히 늦어지고 퇴근할 때는 걷는 것보다 느린 속도로 갈 수밖에 없어서 항상 갑갑함을 느낀다“며 “개발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래도 이런 상황이 해소될 수 있다면 출퇴근길 스트레스는 사라질 것 같다“고 했다.

도보로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을 이용객의 편의 향상도 기대된다. 현재 터미널은 지하철 3·7·9호선이 교차하고 경부영동선, 호남선 등이 각각 나뉘어 있어 동선이 복잡해 도보 이용객들의 불편이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고속버스를 자주 이용한다는 이종현 씨(23)는 “KTX보다 저렴해 터미널을 자주 찾지만 올 때마다 길 찾기가 너무 어렵다”며 “동선이 잘 정리돼 쉽게 목적지로 갈 수 있다면 이용이 훨씬 편해질 것 같다”고 했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의 대변신은 정비사업을 앞둔 주변 단지의 실거래가에도 반영되는 모습이다. 반포동 마지막 대단지 정비사업지로 꼽히는 반포 미도1·2차가 대표적이다. 미도1차는 지난달 전용면적 84.96㎡가 41억8000만 원에 거래돼, 전달 같은 층 매매가(39억5000만 원)와 비교해 한 달 만에 2억3000만 원이 올랐다. 미도2차 역시 지난달 전용 71.49㎡가 32억2000만 원에 거래되며, 두 달 전 26억 원대에서 약 6억 원 상승했다.

이미 서울에서 가장 비싼 집값을 형성하고 있는 ‘래미안 원베일리’, ‘래미안 트리니원’, ‘래미안 원펜타스’ 등 초고가 단지의 집값도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 특히 래미안 원베일리와 ‘아크로리버파크’, ‘반포자이’ 등 대단지가 대표적인 수혜 단지가 될 전망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반포는 서울에서도 최상급 주거지로 꼽히는 만큼, 주거 기능에 상업·문화 기능이 결합된 복합개발이 이뤄지면 지역 경쟁력은 한 단계 더 강화될 수밖에 없다”며 “노후한 고속터미널 부지를 공개공지와 상업시설 중심으로 재편하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