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 입고 족쇄 찬 채 등장
다음 심리 3월 17일⋯장기화 전망
‘마두로 축출’ 미국인 여론 찬반 팽팽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 정식 취임

미군에 의해 체포돼 뉴욕으로 압송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법원에 처음 출두한 자리에서 자신은 무죄이며 여전히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정오 맨해튼에 있는 뉴욕 남부연방법원에서 열린 기소인부절차에 출석했다. 미군에 체포ㆍ압송된 후 미국 법정에 처음으로 등장한 것으로, 판사가 재판에 앞서 기소된 피고인에게 유무죄 여부를 묻는 절차를 밟았다.
마두로와 실리아 플로레스 부부는 오렌지색 죄수복 위에 어두운 브이넥 상의를 입고 모습을 드러냈다. 두 손은 자유로워 보였지만 양쪽 발목에는 신체 구속장치를 착용하고 있었다. 불과 사흘 전만 하더라도 베네수엘라의 철권통치자였지만 이날 법정에서의 모습은 권좌에서 추락한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마두로 대통령의 재판을 맡은 앨빈 헬러스타인 판사가 신원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하자 “나는 베네수엘라 공화국의 대통령이며, 1월 3일부터 이곳에 납치돼 와 있다. 카라카스에 있는 내 집에서 붙잡혔다”고 밝혔다. 이에 헬러스타인 판사는 “이 모든 문제를 다룰 시간과 장소가 있을 것”이라며 “변호인이 이번 조치의 법적 충분성을 다루는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마두로의 추가 발언을 제지했다. 그러자 마두로는 “나는 무죄다. 나는 유죄가 아니다. 나는 품위 있는 사람이며, 내 나라의 대통령”이라고 역설했다.
마두로는 재판 내내 메모를 많이 했으며 부부는 통역을 통해 발언했다고 FT는 전했다. 또 마두로는 “이제 막 공소장을 전달받았기 때문에 아직 전체 내용을 읽지 못했지만, 곧 읽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마두로의 변호인 배리 폴락은 “내 의뢰인은 주권 국가의 수반이며, 그 지위에는 특권과 면책이 따른다”며 “군사적 납치의 적법성 문제도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플로레스는 자신의 이름을 확인한 뒤 “베네수엘라 공화국의 영부인”이라고 소개했다. 또 답변을 요구받자 “전적으로 무죄이며, 완전히 결백하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플로레스의 변호인은 “플로레스가 체포 과정에서 심각한 부상을 당해 치료를 요청한 상태”라고 알렸다.
마두로 부부는 이번 심리에서 보석을 신청하지 않았으나 추후 신청할 수도 있다. 판사가 보석을 허가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매우 희박한 상황에서 보석을 시도하기보다는 구금의 적법성을 다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음 심리는 3월 17일로 예정돼 있지만 정식 재판 개시까지는 1년 넘는 기간이 소요될 수 있는 전망이 나온다. 헬러스타인 판사는 법정을 강하게 통제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마두로가 미국으로 이송된 과정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려 할 때마다 주저 없이 발언을 중단시켰다.
1998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92세의 헬러스타인 판사는 마두로 대통령이 연관된 마약 사건을 10년 넘게 담당해왔다. 또 최근 몇 달 동안 스타트업 설립자 찰리 자비스의 사기 재판부터, 수단에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 역할로 인해 배상 책임을 지게 된 프랑스은행 BNP파리바의 장기 재판까지 다양한 사건을 다뤘다. 작년 5월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적국인법(Alien Enemies Act)’을 이용해 정당한 절차 없이 이주민을 추방하려는 시도를 막기도 했다.
폴락 변호사는 과거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를 변호한 바 있다.
미 남부연방지방검찰은 마두로 대통령을 마약 테러 공모, 코카인 수입 공모, 기관총 및 파괴적인 살상 무기의 소지 및 소지 공모 등 4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마두로 대통령이 마약 카르텔과 공모해 수천 t(톤)의 코카인을 미국으로 밀반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종신형에 처할 수 있다.
법원 인근에서는 마두로 대통령이 독재에 대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시위와 미군의 마두로 대통령 체포 군사작전을 비판하는 시위가 동시에 벌어졌다. 안전 펜스로 구분된 한편에서 일부 시위대는 미국을 향해 "베네수엘라에서 손을 떼라"라고 소리를 높였고 다른 편에서는 마두로 정권의 독재가 끝났다고 축하하며 베네수엘라 국기를 흔들었다.

마두로 축출 군사작전에 대한 미국인의 의견은 반반으로 갈렸다. 로이터통신이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에 의뢰해 4~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찬성한다는 응답은 33%, 반대는 34%를 각각 기록했고 모름·무응답이 33%였다.
한편 마두로가 법정에 선 이날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부통령이 임시 대통령에 정식으로 취임했다. 그는 “미국에 인질로 붙잡힌 두 영웅, 마두로 대통령과 영부인 플로레스의 피랍에 깊은 고통을 느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