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 자급률 올리는 中…한국 장비 시장도 영향 받나

중국 자급률 50% 의무화에 장비 시장 긴장
美 제재 강화가 키운 中 장비 굴기
중국 국산 장비 급성장…틈 줄어드는 한국

중국이 반도체 장비 국산화 속도를 한층 끌어올리면서 중국 시장에 기대 온 국내 반도체 장비 업체들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당장은 미국과 일본 장비사가 더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중국의 자급률 목표가 상향될수록 한국 장비사 역시 영향권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반도체 제조사들에 ‘최소 50% 이상 국산 장비 의무화’ 방침을 제시하자, 국내 반도체 장비사들 사이에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그간 수출해오던 중국 장비 비중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는 중국이 외국 기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추진해 온 정책 흐름의 연장선이다. 2023년 미국이 중국을 대상으로 첨단 인공지능(AI) 칩과 반도체 장비에 대한 기술 수출 제한을 대폭 강화한 이후, 중국의 장비 국산화 정책은 더욱 속도를 내왔다. 미국의 압박이 거세질수록 중국 내부에서는 자국 내에서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강해진 것이다.

실제로 중국 장비 산업은 빠르게 성장해 왔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중국의 레거시 공정 생산능력 확대와 미국의 대중 제재가 맞물리며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장비 국산화가 가속화됐다”며 “이에 힘입어 지난 5년간 중국 장비 산업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반도체 장비 기업들의 매출은 2020년 6억 달러에서 2024년 56억 달러로 약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다만 현재 중국의 장비 수입 구조를 보면, 여전히 해외 의존도는 높다. 2024년 기준 중국이 수입한 반도체 장비 가운데 일본이 29%, 네덜란드가 22%를 차지하며 두 나라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미국이 수년에 걸쳐 중국향 장비 수출을 규제하자, 그 결과 중국이 수입하는 미국산 장비 비중은 2020년 21.4%에서 2024년 10.1%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그 빈자리를 일본과 네덜란드 장비가 상당 부분 채웠고, 일부 영역에서는 한국 장비 업체들이 틈새를 파고들어 왔다. 비중 자체는 크지 않지만, 중국 시장 규모가 워낙 커 국내 업체들에게는 아쉬운 부분이다.

자급률 50% 조치가 본격 적용될 경우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의 수요 재편은 불가피하다. 업계에서는 첫 번째 타격은 한국보다는 미국과 일본 장비사가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동안 중국 매출 비중이 높았던 미국·일본 장비사들의 신규 수주 감소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식각·증착·세정 장비처럼 중국 의존도가 높은 분야에서 변화가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후 단계적으로 한국 장비사에도 영향이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뒤따른다.

한 국내 반도체 장비 업체 관계자는 “자급률 10%, 25%로 조금씩 상향될 때부터 이미 예상해 온 흐름”이라며 “국내 장비사들에는 분명히 부정적인 뉴스”라고 말했다. 그간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과 일본 장비의 대체재로 한국산 장비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왔지만, 자급률 목표가 높아질수록 그 빈틈마저 줄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낸드플래시 업체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장비 국산화율 100%를 목표로 제시하기도 했다.

문제는 한국 장비와 중국 장비가 기술 난이도 측면에서 유사한 영역에 포진해 있다는 점이다. 두 나라 모두 상대적으로 로우엔드 공정 장비 비중이 높은 구조다. 식각, 증착, 세정, CMP, 측정, 열처리, 이온주입, 패키징 등 주요 8대 공정 전반에서 중국 장비의 국산화 속도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중국 시장의 비중이 높은 국내 장비사들이 중장기적으로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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