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은 그대로인데⋯서민 외식비만 올랐다

올해 서울의 외식 물가는 서민층부터 먼저 흔들렸다. 김밥과 칼국수, 김치찌개처럼 부담 없이 먹던 메뉴들까지 1년 새 줄줄이 가격이 오르면서 ‘싸게 한 끼’라는 선택지는 사실상 사라졌다. 인건비와 원가, 환율 부담이 겹치며 외식 물가가 서민 생활을 가장 먼저 압박한 한 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지역 소비자 선호 외식 메뉴 8종의 평균 가격은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올랐다. 김밥은 1년 새 5% 넘게 오르며 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칼국수 역시 평균 가격이 1만 원 돌파를 눈앞에 두게 됐다. 김치찌개 백반도 8000원대 중반까지 오르며 점심 메뉴로서의 부담이 크게 커졌다.
이른바 ‘특별한 날 음식’이던 삼계탕과 냉면은 이미 고가 메뉴로 자리 잡았고, 삼겹살·비빔밥·자장면 등 일상 외식 메뉴 역시 예외 없이 상승 흐름에 올라탔다. 외식 전반에서 가격을 피해 갈 수 있는 선택지가 거의 사라진 셈이다.
외식업계는 올해 가격 인상이 누적된 비용 압박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커진 데다 임대료, 전기·가스 요금 같은 고정비가 동시에 올랐고,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 식재료 가격까지 뛰면서 원가 부담이 임계점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특히 김밥이나 칼국수처럼 단가가 낮은 메뉴를 파는 식당일수록 인건비 비중이 높아 가격 조정 압박이 더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은 이익을 줄이면서 버텨왔지만 올해는 더 이상 흡수가 불가능한 수준까지 비용이 올라왔다”며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영업을 이어가기 어려운 구조”라고 토로했다.

서민 체감 부담은 외식에만 그치지 않는다. 세탁비와 미용·이용 요금, 숙박비와 목욕비 등 개인 서비스 요금도 함께 오르며 생활물가 전반을 끌어올리고 있다. 먹는 것부터 입는 것, 생활 서비스까지 전방위로 비용 부담이 커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고물가·고환율 기조가 쉽게 꺾이기 어렵다는 점에서 서민 체감 물가 압박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올해 1년 동안 ‘조금씩 오르는 가격’을 견뎌온 서민 가계가 내년에도 같은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