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교진 “2040 수능 폐지, 사회적 합의 전제돼야”

최교진 교육부 장관 취임 100일 출입기자 간담회
“수능은 시험 아닌 신뢰의 제도…이분법적 접근 경계”
교사정치기본권 ‘교실 밖 최소 보장’…중립 원칙은 강화
영유아 사교육 과열 대응…전담 조직 현장 중심 개편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 100일 계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교육부)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서울시교육청이 제안한 내신·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절대평가 전환과 수능 폐지 논의와 관련해 “교육 제도는 현장의 신뢰와 국민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사 정치기본권 보장에 대해서는 “교실 밖 개인으로서의 최소한의 정치적 의사 표현은 보장돼야 한다”면서도 “교실 안 정치적 중립은 더욱 엄격히 지켜져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최 장관은 취임 100일을 맞아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대학 정책은 총장뿐 아니라 교수·직원·학생의 목소리를 함께 듣는 것이 중요하고, 초·중·고 교육 역시 교사·학생·학부모의 현장 의견이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존중하고 그것이 실제 정책으로 구현되는 방식으로 교육부의 색깔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2040 수능 폐지, 방향 논의는 가능…속도전은 경계”

앞서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고 경쟁 완화,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내신·수능 절대평가 전환과 장기적인 수능 폐지를 골자로 한 ‘미래형 대입 제도’를 제안했다.

이에 대해 최 장관은 “입시 경쟁 완화와 고교 교육 정상화라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수능은 단순한 시험을 넘어 사회적 신뢰와 직결된 제도”라고 말했다. 그는 “2040년을 상정한 중장기적 방향 논의는 가능하겠지만, 국민적 합의 없이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것은 오히려 혼란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장관은 최근 이어진 수능 난이도 논란과 관련해서도 “수능은 매년의 시험 문제가 아니라 제도 전반에 대한 신뢰의 문제”라며 “출제 난이도, 절대·상대평가 방식, 대학별 활용 구조까지 모두 얽혀 있는 사안인 만큼 단편적인 해법이나 일회성 조치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학부모·교사 모두가 예측 가능하다고 느끼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수능 논의를 ‘폐지냐 유지냐’의 이분법으로 가져가서는 해법이 나오기 어렵다”며 “고교학점제 도입 이후 고교 교육과 대입 제도가 어떻게 연결돼야 하는지, 대학이 어떤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능이 갖고 있는 공정성과 신뢰성의 기능을 어떻게 보완하거나 대체할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제도 변화부터 앞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입시 제도 변화는 사교육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도 분리해 볼 수 없다”며 “제도가 불안정할수록 정보 격차와 사교육 의존이 커진다는 점을 정부가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교사 정치기본권 “최소한의 표현 보장…교실 중립은 절대 원칙”

교사·교원의 정치기본권 확대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교사의 정치기본권 보장은 근무시간 외 시간에 정치적인 의사 표현 등을 보장하는 것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공약으로 약속했던 사안이었다.

최 장관은 “교사 정치기본권 보장 등 기본적인 방향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업무보고에서 ‘국민적 찬반이 팽팽하다’며 사회적 합의를 강조한 데 대해서는 “국민적 우려를 해소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최 장관은 “근무시간 외 개인 자격으로 정책에 대한 의견을 밝히거나 최소한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은 기본권의 영역”이라며 “일반 국민에게 허용되는 수준의 표현을 교사에게만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SNS 활동과 관련해서도 “좋아요나 의견 표명 정도가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교실 안에서의 정치적 중립은 더 엄격히 지켜져야 할 원칙”이라며 “이를 위반했을 경우의 기준과 대응 방식은 교육부가 책임 있게 논의하고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4세·7세 고시’ 대응…영유아 사교육 대책 지속 추진

사교육 문제, 특히 영유아 사교육 과열에 대한 대응 방안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최 장관은 “영유아 단계부터 과도한 사교육이 확산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며 “영유아정책국 내 영유아 사교육대책팀을 중심으로 전국 영유아 사교육 현황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과열된 분위기를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영유아 사교육대책팀은 지난해 9월 신설된 조직으로, 이른바 ‘4세·7세 고시’로 불리는 영유아 영어 사교육 과열 현상에 대응하기 위한 전담 조직이다. 교육부는 해당 조직을 통해 영유아 대상 영어학원, 조기 선행 실태 등을 점검하고, 제도적 대응 방안을 마련해 왔다.

교육부는 영유아 사교육 대책 마련 업무를 올해에 한정하지 않고, 내년에도 조직개편을 통해 지속 추진할 방침이다. 과거 사교육 대응 전담 부서가 2023년 4월 부활했다가 지난해 12월 말 ‘사교육·입시비리대응담당관’을 끝으로 다시 사라진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조직개편 “현장 문제 해결 중심으로”

최 장관은 교육부 조직개편 방향에 대해서도 “형식적인 조직이 아니라 현장의 문제를 실제로 해결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교육, 입시, 영유아 정책처럼 현장에서 체감도가 높은 영역은 단발성 대응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며 “조직개편 역시 현장과 정책을 잇는 실행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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