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인도네시아는 한계
애플, 폭스콘…인도에 생산거점 힘 싣는 중
취약한 인프라는 약점
“자국 정부 실행력이 성패 좌지우지할 것”
미국과 중국의 공급망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기업 생산 지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전후로 관세 인상, 리쇼어링(국내 복귀), 디커플링(탈동조화) 기조가 재부상하자 기업들은 중국 의존도 낮추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반사 이익을 얻는 국가는 단연 인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수출 통제, 투자 제한을 꺼내 들고, 핵심 산업의 미국 내 생산을 압박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 중심의 생산·공급 구조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하게 됐다.관세와 지정학적 리스크를 동시에 피할 수 있는 대안 거점을 찾기 시작했고, 인도가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로 부상했다. 중국과 달리 미국과 전략적 협력 관계에 있는 데다 내수와 인력, 정책 지원을 동시에 갖춘 점이 강점으로 작용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차이나 플러스 원’(중국 이외에도 투자할 수 있는 개발도상국 국가 투자를 확대하는 전략)의 일부 역할은 가능하지만, 중국을 대체할 거점으로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베트남은 전력 공급 부족과 항만 적체, 산업용 부지 부족이 구조적 제약으로 지적된다. 임금 상승 속도도 빨라 제조 원가 경쟁력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중저가 제조업의 보완 기지로는 유효하지만, 대규모 글로벌 공급망을 흡수하기에는 물리적·인적 자원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인구 및 노동력 규모가 중국에 비해 현저히 적은데다 숙련된 엔지니어 및 기술 인력도 역부족이다.
반면 인도는 조건이 다르다. 인도는 인구 13억6000만 명으로 세계 최대 내수 시장을 갖췄다. 매년 약 200만 명의 공학·IT 인력을 배출하는 세계 최대 엔지니어 공급국이다. 도로·항만·전력 등 인프라도 빠르게 확충되고 있다. 정책 환경도 기업 친화적이다. 인도 정부는 생산연계인센티브(PLI) 제도를 통해 전자, 배터리, 자동차, 반도체 분야 투자를 유도했다. 실제로 인도의 전자·자동차 부품 수출은 최근 수년간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에서 인도로의 글로벌 제조 공급망 이동은 이제 하나의 큰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이미 중국 생산 기지를 축소하고 인도로 이전·확대한 사례는 적지 않다. 애플은 기존에 미국 판매 제품을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해왔다. 그런데 최근 아이폰17 시리즈 전 모델을 인도에서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이폰 최신 모델을 전량 인도에서 생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애플 협력사인 폭스콘은 중국 일부 조립 라인을 축소하고 인도 남부에 스마트폰 생산 공장을 증설했다.
국내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2019년 중국 공장 철수 이후 인도 노이다에 글로벌 최대 스마트폰 공장을 구축하고 전진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중국 생산라인은 매각, 임대하며 정리 중이다. 지난 10월 인도를 '전략적 수출 허브'로 삼기 위해 2030년까지 7조 원 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다. 포스코는 20년 동안 운영하던 중국 장자강포항불수강 제철소를 올해 매각했다. 인도에서는 인도 1위 철강사 JSW와 합작법인(JV) 형태로 연산 60만t(톤) 규모의 제철소 건설을 추진 중이다.
다만 인도가 ‘넥스트 차이나’로 완전히 자리 잡기 위해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리스크는 전력과 물이다. 데이터센터와 대규모 공장이 동시에 늘어나면서 전력 수급과 냉각수 확보 문제가 중장기 부담으로 지적된다. 주(州)별 규제와 행정 효율성 격차도 여전히 크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세계경제분석 실장은 “인도가 단기간에 중국을 대체하기는 어렵다”면서 인도의 가장 큰 단점으로 도로, 전력 등 인프라 전반이 취약한 점을 꼽았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교수(전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는 “인도가 글로벌 공급망에서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는 자국 정부의 실행력과 제도 개선 여부가 성패를 좌지우지할 것”이라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