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국감 지적에도 또 여성 임원 '0명'…여전한 유리천장

기재부는 이사회 다양성 주문하는데…금융위 낙하산이 채운 ‘남성 14명’
공공기관 여성임원 20% 시대 역행…노조측 “금융위 문제의식 없어”
‘캠프 출신’ 등 보은 인사 논란도…줄잇는 임기만료, 후속 인선 ‘주목’

▲서울 중구에 위치한 예보 본사 전경 (사진제공=예보)

예금보험공사 이사회가 또다시 전원 남성으로 구성됐다. 정부가 최근 공공기관 경영평가 항목으로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을 꼽으며 개선을 주문했지만 정작 인사권을 쥔 금융위원회는 정반대의 결정을 내렸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예보 비상임이사로 마호웅 전 에이치엔씨네트워크 대표이사와 허준영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부교수를 임명했다. 이번 인사를 포함해 예보의 임원(사장, 상임이사, 비상임이사, 감사) 14명은 전원 남성으로 유지됐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전체 공공기관의 여성 임원 비율은 20%를 웃돈다. 반면 예보는 2022년 창립 이래 첫 여성 상임이사를 배출한 이후 올해부터 현재까지 약 2년간 ‘여성 임원 제로(0명)’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구조적인 원인으로는 예보 비상임이사 임명권을 가진 금융위의 인선 기조가 지목된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상 준정부기관 비상임이사는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가 추천한 인사 중 주무기관의 장(금융위원장)이 최종 임명한다. 예보가 공고문에 ‘양성평등 임원임명 목표제’를 명시해도 최종 결정권을 쥔 금융위가 고려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인 구조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선에 ‘정치적 입김’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마 신임 비상임이사는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산하 금융·자본시장위원회에서 수석부위원장으로 활동한 ‘캠프 출신’ 인사다.

마 이사는 과거 시중은행 영업본부장 등을 지낸 바 있으나 최근 4년(2019~2023년)간 콜센터 운영과 근로자 파견 등을 주업으로 하는 업체의 대표를 지냈다. 정책금융 전문성보다는 정치적 배경을 둘러싼 추측이 뒤따르는 이유다.

예보 관계자는 “비상임이사는 임추위 절차에 따라 후보를 추천하고 금융위가 최종 임명하는 구조”라며 “여성 지원자 수 등 후보자 개인 신상 등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영헌 전국사무금융노조 공공금융업종본부장(예보 노조위원장)은 “임추위는 형식적인 절차일 뿐 실질적으로는 금융위가 내정한 인사를 그대로 임명하는 구조”라며 “금융위가 여성 임원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인사를 내려보내면서 이사회 다양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위의 이러한 인사는 범정부 차원의 정책 기조와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 기재부는 10일 ‘공공기관 ESG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지배구조 분야 핵심 지표로 ‘이사회 성별 현황’을 제시했다. 향후 이를 경영평가와 연계해 임직원 성과급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는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유재훈 예보 사장에게 “이사회 14명이 전원 남성”이라며 이사회 다양성 부족 실태를 질타한 바 있다.

향후 예보의 후속 임원 인선에서 금융위가 변화된 태도를 보일지 주목된다. 현재 예보는 유 사장을 비롯해 이병재·문형욱 상임이사, 이건호·김영인 비상임이사, 김태철 감사 등 총 6명의 임원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거나 이미 만료된 상태다.

김상경 여성금융인네트워크 회장은 “금융권 여성 인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장벽에 막혀 있는 것”이라며 “금융공공기관이 성별 균형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점검해 다양한 배경의 인재가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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