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도 수조 원 투자해 공격적으로 도입
국내서는 셀트리온‧삼성‧에이비엘바이오 등이 개발

글로벌 바이오 기술거래 시장이 다중·이중특이 항체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간 차세대 항암제 경쟁이 격화되면서 다중특이 항체 플랫폼이 향후 연구개발(R&D) 패러다임을 좌우할 핵심 기술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10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체결된 상위 10건의 라이선스 거래 중 3건이 다중·이중특이 항체였다. 범위를 상위 20건으로 넓히면 6건이 항암 분야의 이중·다중 특이 항체 관련 거래였다. 지난해에는 총 33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기술거래 시장의 축이 이미 이동했음을 보여줬다.
특히 면역 활성화와 혈관내피성장 억제를 동시에 노리는 PD-1×VEGF 계열의 이중특이 항체는 종양학 내 가장 활발한 라이선스 분야로 자리 잡았다. 대표적으로 아스트라제네카–하버바이오메드(총 46억8000만 달러), 화이자–쓰리에스바이오(총 63억 달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바이오엔테크(총 111억 달러) 등이 연달아 초대형 거래를 성사시켰다.
상당수가 PD-1×VEGF, PD-L1×VEGF-A 등 검증된 표적을 이중으로 결합한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상용 가능성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다중특이 항체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기술력 때문은 아니다. 블록버스터 단일항체들의 특허만료가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이 차세대 전략으로 이중·다중 항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고 최근 임상 데이터가 안정적으로 축적되면서 해당 플랫폼에 대한 신뢰도 역시 빠르게 높아지고 있어서다.
국내에서도 다중·이중항체 연구가 활발하다. 셀트리온, 삼성에피스홀딩스, 에이비엘바이오 등 주요 기업들이 관련 플랫폼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셀트리온은 일찌감치 다중항체 기술 확보에 나섰다. 회사는 2028년까지 총 4개 다중항체 후보물질의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중 미국 에이비프로와 공동개발 중인 ‘CT-P72’는 최근 전임상 단계에서 치료 잠재력을 확인하며 연내 국내외에서 임상 1상을 신청해 본격적인 임상 단계에 진입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머스트바이오, 갤럭스 등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다중항체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있다.
신약개발을 공식화한 삼성도 다중항체로 움직임을 넓히고 있다. 삼성에피스홀딩스 자회사 에피스넥스랩을 중심으로 자체 이중항체 항체약물접합체(ADC)를 개발 중이며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중국 프론트라인바이오파마와 이중항체 ADC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Grabody)’를 기반으로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BBB(뇌혈관장벽) 셔틀 기술 ‘그랩바디-B’는 사노피,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일라이 릴리 등 글로벌 빅파마와의 대형 기술수출을 이끈 핵심 플랫폼이다. 내년부터는 미국 자회사 네옥바이오를 통해 이중항체 ADC 임상 개발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이중특이 항체의 성장세가 이어질지는 기존 단일 표적 항체를 대체할 수 있음을 임상에서 입증해야 한다”며 “이를 증명하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이중특이 항체가 기본 모달리티(치료접근법)로 본격 편입되는 시작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