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재편 취지 부합한다는 의견도⋯고효율 설비로 경쟁력↑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사업 재편안 제출 시한을 앞두고 막판 조율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내년 가동을 앞둔 에쓰오일(S-Oil)의 ‘샤힌 프로젝트’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구조적 변곡점에 서면서 샤힌 프로젝트가 혁신의 상징이 될지, 구조조정의 모순이 될지를 두고 의견이 갈리는 분위기다.
8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5일 서울 여의도 한국산업은행 본관에서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자율협의회가 연이어 열리며 본격적인 금융지원 방안 논의가 시작됐다. 두 기업은 충남 대산 석유화학단지 나프타분해설비(NCC) 통폐합 과정에서 총 8000억 원 유상증자와 신규 자금 지원, 영구채 발행 등을 포함한 자구안을 제시한 상태다.
이 같은 현재까지 이뤄진 구조조정과 금융지원 논의 등을 종합하면 줄어들 에틸렌 생산능력은 약 157만t(톤)으로 전망된다. 이미 확정된 대산 석유화학단지의 감축분 110만t에 여천NCC가 제3공장을 폐쇄해 47만t을 감축할 경우를 반영한 수치다. 다만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270만~370만t(톤))보다 최소 113만t이 부족해 추가적인 감축 논의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업계 전반이 설비 축소와 감산, 매각 등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데, 연산 180만t 규모의 신규 에틸렌 생산 설비를 갖출 샤힌 프로젝트는 공사 막바지에 돌입해 산업 흐름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두가 생산능력(CAPA)을 줄이는 상황에서 특정 기업만 대규모 석유화학 복합 시설을 확충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한 석유업계 관계자는 “에틸렌을 어떤 공정으로 생산하든 시장에 대규모의 물량이 풀리는 건 매한가지”라며 “결국 감산 효과는 줄어들어 구조조정 취지가 흔들리고, 업계 부담은 커질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에쓰오일의 모회사가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라는 점이 이 같은 상황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모회사가 외국계라 정부 눈치를 덜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아람코가 국내 최대 규모의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정부도 직접적인 제동을 걸기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실제 정부는 초기 감축 로드맵에 샤힌 프로젝트를 포함됐었으나, 에쓰오일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샤힌 프로젝트가 산업 재편 취지에 부합하는 투자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샤힌 프로젝트는 ‘원유→나프타→에틸렌’의 기존 생산 구조를 ‘원유→에틸렌’으로 단순화한 TC2C를 도입해 에너지 효율과 수율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가 줄이려는 대상이 노후·비효율 설비인 만큼, 산업을 고효율 중심으로 전환하려면 오히려 샤힌 프로젝트와 같은 신형 공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해외 사례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아람코를 비롯해 엑슨모빌, 토탈에너지스 등 글로벌 오일메이저들은 정유 중심 사업 구조를 석유화학 중심으로 재편해 수익성을 개선해 왔다. 이 흐름을 감안하면 샤힌 프로젝트 역시 장기적 차원에서 국내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물론 글로벌 석화 산업 분위기가 과거와 다르다는 점은 변수다. 초대형 신규 설비가 수익성을 확보하려면 가격 스프레드와 시장 분위기가 절대적으로 중요하지만, 글로벌 주요 기업들은 중국의 저가 공세 등으로 감산에 나서는 분위기다. 최근 엑슨모빌도 스코틀랜드의 에틸렌 공장을 내년 2월 영구 폐쇄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