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정책, 생존권과 직결”

“희귀질환 환자 없는 회의에서 희귀질환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아야 합니다.”
1일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에서 열린 ‘2025 온드림 희귀질환 공동 심포지엄’에서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는 정부 정책 결정 과정에 환자 참여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방현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국장은 이날 발제를 통해 “희귀질환 정책은 생존권과 직결된다”며 “환자의 목소리가 빠진 정책은 정당성과 설득력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희귀질환은 2만 명 이하의 유병인구를 지닌 희소한 질환을 뜻한다. 다양한 원인으로 발병하며 유전적 요인과 연관이 있기도 하지만 환경적 요인이나 면역체계 등의 문제로 발생하기도 한다. 한국은 2025년 기준 1338개종의 질환이 희귀질환 의료비 지원 대상으로 등록돼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는 8000여 종이 넘는 희귀질환이 존재한다.
방 사무국장은 “희귀질환은 환자 수가 적어 한 명의 사례가 정책 근거가 될 정도로 표본이 부족하다”며 “제도는 서류상 환자를 상정하지만, 실제 환자의 삶은 훨씬 복잡하고 예외적이다. 이 간극을 메우려면 환자 참여가 필수”라고 말했다. 현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참여하고 있지만, 희귀질환 당사자 대표성이 낮고 의견 반영도 형식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희귀질환자 수가 적다 보니 낮은 질환 인지도로 진단 경로가 부재해 진단이 늦어지고, 치료 지연이 발생한다. 또한 대부분 희귀질환은 서울 빅5 병원에서만 치료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 지역 간 격차가 큰 상황이다. 또한 치료제가 없는 경우도 부지기수인데, 도입되더라도 급여 기준에 경직성이 있어 환자에게 접근할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보험 급여 접근도 제한적으로 의약품이 고가인 경우가 많아 가족 중 희귀질환자가 있는 경우 생계·주거 불안정이 심화된다. 홈케어 비용·장기치료·원정진료 등이 보호자 동반이 필수인 만큼 간접 비용도 증가한다.
방 사무국장은는 “희귀질환자 가족은 돌봄과 경제활동을 병행하며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 치료와 돌봄이 일상을 잠식하면 가족 전체가 고립된다”며 “이것은 단순 의료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건강보험·정책 심의 과정에 환자 의결권 보장 △보건복지부 내 ‘희귀질환 정책국’ 설치 △신속등재 패스, 예외급여 확대, 본인부담 상한 강화 △희귀질환 등록체계·환자 보고 지표 상시 구축 △희귀질환자 전 생애 지원 근거 마련 등을 국가가 희귀질환 정책을 설계해야 할 때 필요한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방 사무국장은 “희귀질환자에게 시간은 치료의 성공 여부를 결정한다. 환자를 기다리는 정책이 아니라, 환자와 함께 만드는 정책이어야 한다”면서 “우리는 단지 치료제나 예산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아파도 존엄하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다. 환자 없는 회의에서 환자에 대한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행사는 현대차 정몽구재단이 주최하고 서울대학교병원 희귀질환센터, 서울권역희귀질환전문기관,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가 주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