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별 자본여력 차이로 부담도 제각각

은행권은 금융감독원의 홍콩H지수 기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사전통보 과징금이 역대 최대인 2조 원 규모에 달하자 충격에 빠졌다. 특히 위험가중자산(RWA) 증가와 보통주자본비율(CET1) 하락 가능성이 은행권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판매은행별 과징금이 수천억 원대로 거론되는 가운데 은행들은 자본비율 변동과 영업 조정 여부를 살피며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과징금 감독규정에 따라 이날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5곳에 사전통지서를 발송하고 과징금·과태료 부과 방침을 전달했다.
은행권의 가장 큰 부담은 과징금 확정 시 급증하는 RWA다. 금소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은 회계상 일회성 비용으로 처리되지만 규제상 ‘운영리스크’로 분류돼 RWA를 크게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방식은 은행별 내부등급법(IRB)이나 표준방법에 따라 다르지만 은행권에서는 과징금의 약 600%(6~7배)가 RWA로 반영될 것으로 관측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과징금·과태료 합산 1000억 원 부과 시 약 6000억 원의 운영리스크 RWA가 추가된다.
운영리스크로 증가한 RWA는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최대 10년간 반영되는 구조인 만큼 자본 부담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곧바로 CET1 하락으로 연결돼 은행의 자본운용 여력과 대출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ET1 하락은 배당·자사주 매입·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자본정책뿐 아니라 정책 당국이 요구하는 밸류업, 생산적 금융 집행 여력에도 제약을 줄 수 있다. CET1은 글로벌 은행 규제의 핵심 지표로,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면 당국의 스트레스 테스트 강화나 경영개선 권고 등 추가 조치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은행마다 자본 여력이 달라 부담 수준에서도 차이가 날 수 있다. 대형 금융지주는 충당부채를 상당 부분 쌓아온 만큼 손익 측면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견해가 많지만 CET1이 낮거나 대손비용이 큰 은행은 자본 정책을 재정비해야 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여기에 고위험 파생결합상품 판매 축소로 비이자수익이 줄면 자본 축적 속도도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은 제재심 준비와 함께 회계 처리와 자본 관리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은행연합회가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회계 반영 방식에 대한 검토를 의뢰한 것도 이러한 일환이다.
일각에서는 제재 수위가 예상보다 높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찬진 금감원장이 이번 사안을 ‘금융소비자보호 실패 사례’로 규정한 만큼 금소법 시행 이후 첫 대형 제재라는 상징성이 반영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은 다음 달 18일 제재심에 해당 안건을 상정하고 최종 제재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과징금 규모는 금융위원회 의결로 확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