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주민 민원⋯개발제한으로 인한 기회비용 손실 등 조사
규제 묶인 풍납동, 송파권역서도 장기 저평가 고착된 대표 지역

풍납토성 규제로 약 30년 간 개발이 멈춘 송파구 풍납동에 대해 서울시가 처음으로 ‘재산권 피해’를 정밀 계량화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강남 3구가 신고가를 연달아 경신하는 동안 풍납동은 개발 제한으로 저평가가 고착되면서 누적된 기회비용·슬럼화·정주권 붕괴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이 쌓여 왔다는 문제 제기가 정책 검증 단계로 들어간 것이다. 서울시의 이번 조치는 문화재 보존과 도시 개발 사이의 30년 난제, 일종의 ‘고차방정식’을 풀기 위한 첫 공식 계량화 작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2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 문화유산과는 이달 21일 ‘풍납동 주민 재산권 피해 실태조사 및 정책대안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주요 내용은 풍납동 주민 재산권 피해 실태조사를 통해 정확한 경제적 피해 수치를 산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 대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문화재 규제로 인해 주민이 입은 피해를 실제 수치로 계량화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보상 방식은 토지 감정평가액·이주정착금·주거 이전비 등 법령에 따른 시장가치 보상에 그쳤다. 시는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개발 제한으로 인한 기회비용 손실, 지역 슬럼화로 인한 재산가치 하락, 생활 기반 상실 등의 측면을 수치화한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용역 대상이 되는 지역은 풍납동으로 조사는 주민 약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구체적인 과업 내용은 △풍납동 주민 개별 세대 방문 재산권 피해 실태조사 실시 △재산권 피해 관련 경제적 손실 계량화 및 전체 피해 규모 추정 △피해 유형별 특성 분석 및 종합적 검토 △지속가능한 정책 방향 설정 및 실행 가능한 정책 대안 제시 등이다.
풍납동은 1997년 백제시대 성곽인 송파구 풍납토성에서 유물이 나온 후 건축 규제가 적용됐고 이 지역에서의 개발은 사실상 멈춰 있다. 이에 개발 제한이 장기화되면서 지역 슬럼화 및 경제 쇠퇴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민들은 재산권 피해에 따른 보상금 상향, 이주대책 마련, 정주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며 다양한 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시는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풍납동 개별 세대를 방문해 경제적 손실을 계량화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풍납동은 같은 송파권역 안에서도 장기간 저평가가 고착된 지역이다. 부동산114 통계에 따르면 송파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006년 3.3㎡당 2387만 원에서 올해 10월 6174만 원으로 158.7% 올랐다. 같은 기간 풍납동은 1603만 원에서 3746만 원으로 133.7% 오르는 데 그쳤다. 약 20년간 누적 상승률이 25%포인트(p) 낮은 셈이다.
문화유산과 관계자는 “(주민들이 풍납동 규제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얘기는 계속 나왔고 현재 주변과 비교했을 때 (풍납동) 아파트 가격이 안 올라서 피해를 본 게 있는지 수치화를 하려는 것”이라며 “(수치화하는 것이) 이전에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용역으로 보상을 더 많이 해드리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보상은 감정평가사들이 감정평가를 해서 보상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치화한 피해액과 연결 짓기는 곤란하다”고 부연했다.
다만 “주민들이 보상금에 대해 만족을 못하는 경우도 있어 법령 개정이 가능한지 염두에 두고 용역을 낸 것인데 업체가 어떤 제안을 할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