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및 인천 등 수도권에 주요 대학병원들이 분원을 설립할 예정이다.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의 의료수요를 신설 병원들이 소화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일각에서는 비수도권과 수도권의 의료인프라 격차가 심화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현재 경기도 시흥시에는 고려대병원과 서울대병원이, 인천광역시에는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이 각각 병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병원은 700~800병상을 확보한 대규모 종합병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려대학교의료원은 최근 경기도 화성시 동탄2 신도시에 추진되는 종합병원 건립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됐다. 고려대안암병원, 고려대구로병원, 고려대안산병원에 이어 동탄에 네 번째 병원이 생기는 셈이다. 고려대동탄병원은 700병상 이상 규모로 회복기 재활병원, 노인복지주택, 오피스텔 등이 결합된 복합 의료캠퍼스로 조성할 계획이다.
해당 지역에는 이미 1000병상 규모의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이 운영되고 있다. 다만 화성시 내 동탄1~9동을 아우르는 동탄신도시는 인구가 현재 40만여 명을 넘어섰으며,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은 화성시 이외에도 평택, 오산, 안성 등 경기도 서남부권의 의료 수요를 감당하고 있다. 또한 해당 병원 응급실은 소아청소년 진료가 일주일에 약 2일만 운영되며, 심장질환 및 신경계 중증질환은 전문의 부재로 진료하지 않는 상황이다.
서울대병원은 시흥시에 800병상 규모의 배곧서울대병원을 설립한다. 총사업비 5872억 원을 투입해 2029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배곧서울대병원에는 27개 진료과와 암센터·모아센터·심뇌혈관센터·응급의료센터·국제진료센터·건강검진센터 등 6개 전문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대 시흥캠퍼스 및 바이오특화단지와 연계해 광역 연계형 바이오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목표도 제시됐다.
고려대동탄병원과 배곧서울대병원이 문을 열면 기존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까지 대학병원 3곳이 경기 서남부권의 의료 수요를 분담하게 된다. 특히 국립대병원인 서울대병원은 필수의료, 감염병, 중증·희귀질환 진료 등 국가적 대응이 필요한 분야에 기여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광역시에는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이 모두 2029년 개원을 목표로 병원을 건립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송도에 위치한 연세대 국제캠퍼스에, 서울아산병원은 청라국제도시에 터를 잡았다.
송도세브란스병원은 800병상 규모 종합병원으로, 당초 2006년 인천시와 연세대가 송도 국제캠퍼스 조성을 협약하며 병원 설립도 추진됐다. 하지만 사업이 지연되고 비용도 증가해 개원 시점이 연이어 미뤄졌다. 인천시와 병원 측이 2026년 준공을 목표로 2023년 기공식을 진행하고 착공했지만, 개원 시점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서울아산병원이 추진하는 서울아산청라병원은 글로벌 중증환자 및 인천 지역환자 모두의 수요를 겨냥해 800병상 규모 종합병원으로 지어진다. 2029년 개원을 목표로 암센터, 심장센터, 소화기센터, 척추·관절센터 등 중증 질환 전문 치료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인천시는 서울아산청라병원을 청라의료복합타운 내 핵심 시설로 점찍고, 인근의 교육·연구·숙박시설들을 함께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인천시에는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가천대 길병원, 인하대학교 부속병원,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등 총 4곳의 대학병원이 운영 중이다. 다만 송도, 청라, 영종도 등 인천경제자유구역 내에는 종합병원이 없다. 올해 기준 송도의 인구는 22만여 명, 청라는 11만여 명을 넘어섰으며 정주 여건이 향상되면서 인구와 함께 증가하는 의료 수요를 감당할 대책이 필요한 환경이다.
수도권에 연이어 수백 병상의 대학병원이 들어서는 것에 대한 비판도 의료계 일각에서 제기된다. 인구 소멸로 의료 공백이 심화하는 지방과 대조적으로 비교적 의료 접근성이 높은 경·인지역은 병상 과잉 상태에 다가선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상급종합병원 병상 수는 2020년 기준 서울이 1.8인 것에 비해 경남은 0.6, 충북은 0.5, 전남은 0.4 등으로 낮다.
다만 복지부가 올해 5월부터 시행 중인 병상수급관리계획에 따르면, 주요 대학병원 분원이 건립될 경기도 화성시와 인천 송도 및 청라는 병상을 신설 또는 증설할 수 있는 ‘공급 가능’ 지역으로 분류된 상태다. 경기도 시흥시의 경우 병상자원의 적정화를 도모해야 하는 ‘공급 조정’ 지역으로 구분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