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정적 건전성 기반 IB·CB 균형 성장
머니센터 기능 강화·셀다운 추진
유럽 전략 거점으로 위상 확대
우리은행 런던지점이 외환·채권·파생거래를 아우르는 ‘런던트레이딩센터(LTC)’ 설립을 계기로 조직 확대에 나섰다. 내년을 ‘제2의 도약’의 원년으로 만들기 위한 준비 작업이다. 트레이딩 기능 강화에 맞춰 자금세탁보고책임자(MLRO) 등 준법 인력 충원과 사무실 이전 검토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지점의 역할은 단순 여신 창구에서 유럽 내 전략 거점으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런던지점은 6년 연속 연체율 0%를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자산 건전성을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왔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유럽 상업용 부동산 부실 우려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단 한 건의 연체도 발생하지 않은 점은 지점의 리스크 관리 역량을 보여준다. 전수일 런던지점장은 “엄격한 심사와 선제적 관리를 통해 연체율 제로를 유지해 왔다”고 강조했다.
투자은행(IB) 부문에서는 항공기·선박금융 등 글로벌 신디케이션 참여를 확대하며 성장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런던지점은 단순 참여를 넘어 주선기관의 역할을 넓히고 자체 발굴한 딜을 구조화한 후 다른 기관에 셀다운(재매각)을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국계 지사나 현지법인, 유럽 진출 기업을 지원하는 기업여신(CB)도 안정적으로 취급하며 IB·CB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또 하나의 차별점은 현지 조달 능력이다. 런던지점은 한국 본점이 아닌 현지 금융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해 여신을 운용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 두바이·인도네시아 등 다른 해외점포가 필요로 하는 외화 자금까지 공급하는 머니센터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전 지점장은 “대출과 조달 기능을 모두 수행하는 구조가 런던지점의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환율 변동과 위험가중자산(RWA) 규제 변화는 자산 전략의 조정으로 이어졌다. 해외점포 자산 규모가 2조~3조 원 수준까지 확대되면서 환율과 RWA가 자본비율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런던지점은 단순한 자산 확대에서 벗어나 저수익·역마진 자산 비중을 줄이고 고수익·저리스크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리밸런싱 전략을 본격화했다. 전 지점장은 “과거 핵심성과지표(KPI) 달성 과정에서 낮은 마진의 자산도 취급했지만 지금은 자산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LTC 설립은 이러한 전략 변화의 중심에 있다. 지난해 외환 데스크를 설치한 데 이어 올해 본격적인 센터 설립 절차에 들어갔다. LTC가 출범하면 외환·파생·유가증권 운용 기능을 한데 묶어 비이자이익 기반을 확대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진다. 기존 IB 수수료 중심 수익원에 채권 운용·파생 세일즈 수익이 더해지면서 지점의 수익 구조가 한층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거래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자금세탁방지(AML)·고객확인(KYC)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현지 MLRO 추가 채용도 병행되고 있다.
전 지점장은 조직 확대에 따라 사무실 이전도 검토 중이다. 인력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존 사무 공간만으로는 기능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LTC 가동 시점에 맞춰 조직 체계를 재정비할 방침이다.
전 지점장은 “내년을 런던지점의 제2의 도약 시기로 삼겠다”며 “IB·트레이딩·조달 기능을 결합해 유럽 시장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거점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