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받고 있다. 서른 차례 넘는 공판이 진행됐지만,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전직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피고인석에 선 현실은 여전히 기이하면서도 씁쓸하다. 한때 검찰총장을 지낸 인물이기에 역설은 배가 된다.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했던 조치가 사법적 검증을 받는 상황에서 피고인의 태도는 책임 의식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의 태도는 피고인의 위치와 자연스럽게 맞물리지 않는다. 그는 더 이상 검찰총장도, 대통령도 아님에도 언행은 검사 시절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특검의 질문을 되받아치고, 필요 이상의 개입으로 분위기를 주도하려는 모습도 자주 포착된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구인영장 발부에도 불출석을 고수하다가 집행 직전에서야 출석한 그는 첫 질문부터 “제 사건과 관련돼 있어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특검이 계엄 선포 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의 나눈 대화를 묻자 “그게 기억이 나겠느냐”며 “추정을 해도 합리적, 과학적으로 하라”고 응수했다. 방어를 넘어 질문 자체를 힐난하는 태도였다. 자신이 여전히 법정을 이끌고 있다는 착각이 아니고서야 이런 언어는 나오기 어렵다.
본인 재판에서는 한층 더 노골적이다. 그는 증인으로 소환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을 향해 "해임되지 않았어도 그렇게 했겠느냐"며 진술 의도를 의심했고, 메모 초안을 두고는 "지렁이 글씨였다. 학생들이 티셔츠도 만들어서 입고 할 정도"라며 웃었다. 전직 대통령이 증인을 조롱하며 불리한 진술의 신빙성을 깎아내리려 감정 섞인 발언을 하는 장면은 이례적이었다.
물론 피고인이 진술을 거부하고, 증인으로서 답변을 제한하는 것은 형사재판에서 보장된 권리다. 한때 대통령으로서 국정 최고 책임자였던 그는 비상계엄을 선포해 국민 기본권을 제한했고, 1980년 신군부 시절의 국가적 트라우마를 다시 소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당사자가 재판에서 책임 있는 설명 대신 회피로 대응한다면, 국민은 두 번 모욕당하는 셈이다.
태도는 때로 어떤 진술보다 많은 것을 드러낸다. 책임 의식과 사법 절차에 대한 존중, 국민을 향한 메시지까지 그 안에 담긴다. 지금 윤 전 대통령이 앉아 있는 자리는 '심문하는 자리'가 아니라 '심판받는 자리'다. 필요한 것은 추궁이 아닌, 실체적 진실 앞에 성실히 응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태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