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관계 경색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시민단체와 의료계, 정부 관계자들이 국회에 모여 개성공단 재가동과 남북 의료협력의 새로운 해법을 모색했다.
국제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와 개성병원추진위원회는 20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6간담회실에서 이학영 국회부의장(더불어민주당), 김남중 통일부 차관,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 정근 그린닥터스 이사장 등 관계자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성공단 재개 전망과 남북의료 협력방안 모색' 세미나를 개최했다. 대한의사협회, 개성공단기업협회, 온병원그룹이 후원한 이번 행사에는 2016년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후 사실상 10년 가까이 멈춰 선 남북 경제·의료 교류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의지가 반영됐다.
정근 그린닥터스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자신이 운영했던 '개성 남북협력병원' 경험을 언급하며 "의료는 정치적 대립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잇는 마지막 통로"라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 근로자와 북한 주민 35만 명을 무료로 진료했던 성과를 다시 현실화할 수 있다며, 개성공단이 재가동될 경우 "남북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현대식 개성종합병원 모델"을 제안했다.
이학영 국회부의장은 "개성공단 폐쇄는 지금도 아물지 않은 상처"라며 "의료 협력을 통한 대화 복원은 의미 있는 시작"이라고 격려했다. 그는 국회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김남중 통일부 차관은 "개성공단은 남북 평화공존의 가능성을 보여준 상징적 사업"이라고 평가하며, "보건의료 분야를 기반으로 한 협력은 현 시점에서도 추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은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서도 의료협력이 지닌 전략적 실효성을 강조했다. 그는 "의료 분야는 국제 제재 환경에서도 비교적 제약이 적은 인도적 경로"라며, 남북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첫 발제에 나선 김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평화공존전략센터장은 개성공단을 "남북 모두 윈윈한 대표 협력 모델이자 남북관계의 최후 보루"라고 규정했다. 특히 미국과 한국 정부가 대북 협상 재개에 신호를 보내는 흐름을 언급하며 “두 번째이자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감염병 대응, 의료 인프라 확충, 의료인력 교류 등을 현실적인 협력 모델로 제시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방역, 의료운영, 법·제도 등 다양한 관점이 제시됐다.
홍정익 질병관리청 감염병정책국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을 언급하며 “장기 단절로 남북 감염병 양상이 달라진 만큼, 인적교류 재개 시 상호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며 감염병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한평 전 부산MBC 국장은 개성공단 내 ‘개성 남북협력병원’의 실제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수술실·방사선실·진단실을 남북 의료진이 함께 운영한 것은 작은 통일의 장이었다"고 회고했다. 다만 협력의 지속성을 위한 구조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북한 의료 실태 분석, 지역 기반형 지원, 북한 내 거점병원 설립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신유리 국민대 북한법제연구센터 연구위원은 북한이 2025년을 ‘보건혁명 원년’으로 내세운 흐름을 분석하며 “북한의 수요는 단순 백신·영양제 수준을 넘어 고사양 의료기기·정밀진단 체계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유엔 제재 품목과 겹치는 만큼 “기존 인도주의 프레임만으론 협력 설계가 어렵다”며, 개성공단·개성병원 재가동 논의 역시 제재 체제 안에서 구현 가능한 법·외교적 해법 마련이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참석자들은 △대북 제재 환경 △남북 간 의료체계 격차 △정치·외교 변수 등 현실적 난제를 어떻게 돌파할지에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감염병 공동 대응, 의료인력 교류, 국제기구 연계 삼각협력 등 구체적 방안이 제시됐으며, "개성공단과 개성병원을 과거의 기억이 아닌 미래형 협력 플랫폼으로 재구성할 수 있을지"가 향후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한편 세미나를 주최한 재단법인 그린닥터스는 2004년 보건복지부에 등록돼 국제 재난·응급의료와 인도적 지원 분야에서 활동해 온 의료봉사단체다. 의료 사각지대와 국내외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진료·구호 활동을 펼쳐왔으며, 개성 남북협력병원 운영을 통해 남북 공동의료의 상징적 성과를 남긴 바 있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 그린닥터스는 개성공단 재개와 의료협력을 결합한 새로운 로드맵을 제시하며 남북 의료교류의 현실적 대안을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