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LG, 중국과 휴머노이드 협력 모색…‘이노베이션 카운슬’서 논의

LG가 휴머노이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체 피지컬AI 모델 개발과 함께 중국 로봇 생태계와의 협업 가능성까지 내부 논의가 이어지며 시너지를 모색하는 모양새다. 중국의 빠른 프로토타이핑과 LG의 품질 중심 공급망을 결합한 새로운 사업 기회가 부상할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LG는 최근 LG사이언스파크에서 ‘이노베이션 카운슬’ 반기 워크숍을 열고 그룹 내 주요 최고기술책임자(CTO)들이 참석한 가운데 ‘중국의 휴머노이드 혁신’을 주제로 회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정수헌 LG사이언스파크 대표를 비롯해 박태홍 LG사이언스파크 글로벌O/I실장, 강내규 LG생활건강 CTO 등 주요 임직원들이 참석했다.

이노베이션 카운슬은 2020년 7월 발족한 LG의 미래 기술 협의체다. LG는 신사업 추진에 앞서 이노베이션 카운슬을 통해 업계 전문가 자문을 구하며 깊이 있는 논의를 이어왔다. LG전자·LG이노텍·LG디스플레이·LG화학·LG유플러스·LG CNS·LG에너지솔루션·LG생활건강 등 전 계열사가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 정 대표가 의장을 맡고 있다.

특히 이번 워크숍에는 중국 로봇기업 애지봇(AgiBot), 갤럭시아(Galaxea), 인스파이어 로보틱스(Inspire Robotics) 임원들도 함께했다. LG전자가 지난 8월 애지봇에 미래에셋그룹 등과 공동 투자한 바 있어, 중국 휴머노이드 생태계와의 접점을 넓히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워크숍에서는 임베디드 AI, 실세계 학습 시스템, 고정밀 액추에이터, 양족 보행 제어 등 차세대 로봇 기술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대규모 실세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임베디드 인텔리전스가 휴머노이드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점도 강조됐다.

중국 휴머노이드 산업은 정부·학계·산업 간 긴밀한 협력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LG가 향후 전략적 파트너십을 검토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참석자들은 중국의 실행력과 LG의 품질 중심 공급망이 결합할 경우 공동 개발과 글로벌 시장 진입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의견을 공유했다.

LG는 휴머노이드를 포함한 로봇을 미래 신사업으로 삼아 육성을 본격화하고 있다. LG전자는 엔비디아의 범용 휴머노이드 추론모델 ‘아이작 GR00T’를 기반으로 자체 피지컬AI 모델을 개발 중이다. 당초 올해 출시 예정이던 AI 반려로봇 ‘Q9’도 가사 업무에 적합한 휴머노이드형 폼팩터로 재구성해 준비하고 있다.

또 LG전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및 LG AI연구원과 함께 한국형 차세대 휴머노이드 ‘케이팩스(KAPEX)’도 만들고 있다. KAPEX는 단순히 인간 동작을 따라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학습하고 환경 변화에 적응해 사람과 협업까지 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질 전망이다.

투자 행보도 거세다. LG전자는 지난해까지 21%만 보유했던 베어로보틱스 지분을 올해 과반 이상으로 늘려 자회사로 편입했다. 베어로보틱스는 AI 기반 상업용 자율주행로봇 기업이다. 베어로보틱스 한국법인은 지난달 LG전자 출신 최형진의 디렉터를 신임 대표로 선임하며 본격적인 시너지 창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로보티즈 지분 7.28%도 보유하고 있다. 로보티즈는 로봇 관절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와 감속기를 주력으로 한다. 양사는 자율주행·휴머노이드 분야에서 기술 협력을 이어가며 상용화에 힘을 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