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시장연구원장/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제도 일관성·신뢰 회복 병행 필요
수요 맞게 ‘맞춤형 공급’ 이뤄져야
10·15 부동산대책에도 집값은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무리한 토지거래허가제 등으로 혼란만 가중되고 공급부족으로 신축을 중심으로 집값이 고공행진을 보이기 까지 하고 있는 모습이다. 공급보다는 규제중심의 대책 때문이다.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지역에 대한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된 지 약 한 달이 지난 가운데 규제 직전의 ‘매수 광풍’ 열기는 한풀 꺾였으나 지난해 대비로는 여전히 거래량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광범위한 규제를 통해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풍선효과’를 막겠다는 정부의 목적과는 달리 서울 외곽 지역 거래가 활성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전세 공급 감소와 추가 규제에 대한 불안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했다. 최근 노원, 성북 등 서울 외곽 지역의 전세 매물이 급감하면서 전세가격이 급등하자 여유가 있는 기존 임차인들은 비교적 가격대가 낮은 주택을 매수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의 무주택자들은 우선 전세를 안고 집을 산 후 저축을 해서 입주하는 식으로 자가를 마련해 왔다. 그런데 최근 전세를 안고 집을 사는 것을 물론 일부는 투기가 있겠지만 갭투자라고 모두를 마치 투기꾼 취급하면서 거의 금지하다시피하니 전세가격이 급등하며 월세로 옮겨가는 월세난민이 증가하고 서민들의 주거마련 사다리가 급격히 붕괴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그런데 국토교통 장관은 “일부 지역에 대한 (부동산) 규제 확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재 화성이나 구리 지역은 부동산 가격이 풍선효과로 인해 상승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10·15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을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두더지 잡기식’ 땜질 대응으로는 시장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화성과 구리지역을 추가로 규제지역에 포함하면 수요는 다시 파주, 군포, 부천 등 인근 비규제지역으로 옮겨가며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이 같은 행태는 문재인 정부 시절 반복됐던 ‘두더지 잡기식’ 부동산 대책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정부는 2017년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한 뒤 한 달 만에 풍선효과가 나타나 분당을 추가로 묶었다. 2018년에는 광명·하남시까지, 2020년에는 대전·청주까지 규제 범위를 넓히면서 전국의 규제지역은 65곳으로 늘었다. 그러나 집값은 잡히지 않았고 시장 전반에 피로감만 누적됐다.
투기 수요를 막겠다며 규제의 잣대만 들이대서는 시장을 안정시킬 수 없다. 공급 확충과 제도 일관성, 정책 신뢰 회복이 병행되지 않으면 집값 안정은 요원하다. 지금 서울 주택 10채 중 3채는 국민소득 1만달러를 처음 돌파한 1994년 이전에 지은 낡은 집이다. 서울에 30년 이상 된 노후 주택이 90만호에 육박한다. 전체 주택(317만호)의 28.3%다. 심각한 주차난과 층간 소음, 상하수도 누수 등 3만달러 소득시대의 눈높이에는 맞지 않는다. 업그레이드된 눈높이를 충족할 주거 질 개선으로 수요를 분산할 필요가 있다. 재건축 재개발이 획기적으로 추진되어야 하는데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신축과 구축의 가격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택 보급률은 정부가 공급이 충분하다고 주장할 때 근거로 내놓는 단골 통계다. 지난해 기준 전국 주택 보급률은 102.5%, 서울은 93.6%였다. 수적으로는 부족하지 않은데도 많은 국민이 ‘살 만한 집’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양(量)에서 질(質)’로 바뀐 주거 수요를 정부 통계가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한 서울 아파트 값 급등세는 신축이 주도하고 있다. 같은 동네에서 같은 대기업 브랜드 아파트라도 신축과 구축의 시세 차가 거의 2배까지 벌어지고 있다. 소득 수준 상승에 따라 고급 주택 수요는 폭증했는데 공급이 받쳐주지 않는 불일치가 신축 광풍을 부른 것이다.
이런 수급 불균형 속에서 대출을 옥죄고 갭투자를 금지하는 수요 억제 대책으로는 집값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3만달러 시대에 걸맞은 새집을 많이 지어 강남으로 집중되는 수요를 분산해야 한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서울 강남 집값이 하락한 것은 결정적으로 서초구와 강남구의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1만5000호의 대규모 보금자리주택을 지은 때문이다. 신도시의 광역 교통망과 교육 인프라를 개선해 주거 질을 높이고, 이미 노후화가 심각한 서울 핵심 지역의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과감히 완화해야 한다. 강력한 수요 억제가 아니라 업그레이드된 주거 수요를 충족할 공급 확대가 3만달러 시대 주택난을 풀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