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텍·슈펙트 이후 신약 ‘제로’”…일양약품 R&D, 멈춰선 엔진

매출 대비 R&D 비중 높지만, 후속 파이프라인 부재

(사진제공=일양약품)

국산신약의 상징으로 불렸던 일양약품이 연구개발(R&D) 정체의 벽에 가로막혔다. 2000년대 초반 위궤양 치료제 ‘놀텍’(성분명 일라프라졸)과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성분명 라도티닙)를 잇따라 출시하며 주목받았지만, 이후 10년 넘게 새로운 신약 허가나 기술수출 성과가 전무하다. 매출의 10%를 꾸준히 R&D에 투입하고 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1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일양약품의 놀텍은 2008년 국산신약 14호로 위궤양 및 십이지장궤양 치료제로 허가받은 이후 역류성식도염·헬리코박터 제균요법 등으로 적응증을 확장했다. 올해 6월에는 제산제 복합제 ‘놀텍 플러스정’을 발매했고, 현재 NSAIDs 병용 임상 1상을 마치고 현재 임상 3상에 진입해 있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국내 신약 중 하나로 일양약품이 1987년부터 약 20여 년간 꾸준히 R&D 해온 결과다. 세계 최초의 3세대 프로톤펌프억제제(PPI) 계열 치료제로 약 400억 원의 연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성분명 라도티닙)’는 2012년 국산신약 18호로 2차 치료제로 허가된 후 2016년부터 국내 1차 치료제 시장에서 자리를 잡았다. 아시아 최초의 백혈병 치료제로 다국적 제약사 의존도가 높던 백혈병 치료 시장에서 ‘국산 약물의 주권’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다국적 제약사 제품 대비 약 20% 낮은 가격으로 공급해 환자 접근성을 높였다. 중국 및 해외 시장 진출 등 해외 매출 확대를 노리고 있다.

문제는 놀텍과 슈펙트 외에는 별다른 파이프라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2022~2024년 누적 연구개발비는 약 800억 원이지만, 그에 상응하는 성과는 거의 없다. 매출 대비 R&D 비중은 8~13%로 국내 제약사 평균(12~15%)과 유사하지만, 글로벌 기술수출 실적이 전무해 투자 효율성이 떨어진다.

한때 일양약품과 비슷한 매출 규모를 보이던 동국제약과 보령은 이제 완전히 다른 길을 걷고 있다. 2010년대 초반 세 회사는 모두 매출 2000억 원대 중견 제약사로 분류됐지만, R&D 전략과 사업 다각화 속도에서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동국제약은 의약품 중심 구조에서 탈피해 화장품 브랜드 ‘센텔리안24’ 등 신사업 부문의 기여도를 높이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동국제약의 매출은 8121억 원, 영업이익은 804억 원에 달한다. 보령은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패밀리를 중심으로 항암제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2024년 매출 1조 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반면 일양약품은 10여 년째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제자리걸음이다. 같은 시기 경쟁사들이 ‘투자→신제품→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 데 비해, 일양약품은 ‘투자→정체→비용 부담’의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오픈이노베이션과 공동 개발이 일상이 됐지만, 일양약품은 이 흐름에서도 한참 뒤처지고 있다. 올해 인제대 교원창업기업 파렌키마바이오텍과 IBD 치료제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한 것이 사실상 유일한 협력 사례다. 그 외에는 후보물질 도입·공동연구·플랫폼 연계 등 주요 활동이 거의 없다.

놀텍과 슈펙트로 기술 기반을 확보했지만, 이를 플랫폼·후속 신약·해외 협력으로 확장하는 데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사이 다른 국내 제약기업들은 항암제·중추신경계·바이오신약 허가, 글로벌 기술이전 등에서 성과를 쌓았지만, 일양약품은 과거 두 개 신약에 ‘의존’하는 기업으로 남았다. 최근 회계 리스크까지 터지면서 기업 신뢰도는 하락했다. 무너진 신뢰를 R&D 성과로 회복하지 못한다면, 일양약품의 ‘두 번째 도약’은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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