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인프라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세계 공급망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데이터 폭증과 고성능 연산 수요가 맞물리면서 메모리 강국의 기술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AI 서버의 성능은 메모리 처리 속도와 직결된다.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연산을 담당하고, 고대역폭메모리(HBM)은 연산 효율을 극대화하는 핵심 부품이다. 글로벌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50%를 넘는 점유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4 양산 전환을 앞두고 기술과 가격 균형을 맞추는 전략 단계에 있다.
국내 기업들이 단순 부품 공급을 넘어 AI 데이터 인프라의 필수 동력으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이들 기업 시가총액 합이 우리 증시(코스피)의 30%에 육박한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 아니라 패키징, 소재, 장비 등 후방산업의 경쟁력 강화도 주목한다. 하나증권은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 3분기의 경우 수주 공백으로 부진이 예상되지만 향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투자확대 수혜를 예상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전공정 장비 업체들에 대해 삼성전자의 테일러, SK하이닉스의 M15x 관련 신규 투자, 각각 1c 나노 전환 투자 모멘텀은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키움증권도 내년 소재와 부품 기업들의 성장 전환을 예상하며, 최선호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한솔케미칼, 리노공업 등을 제시했다. 차선호주로는 솔브레인, 티씨케이, 원익IPS, 관심종목으로 넥스틴, 두산테스나, 해성디에스 등을 제시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투자 확대에 따라, 소재·부품·장비 업종의 주가 상승 모멘텀이 되살아날 것”이라며 “투자된 장비들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하는 올 연말부터 반도체 소재와 부품 업종의 실적이 크게 성장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고, 반도체 소재 및 부품 업종에 투자를 집중하는 전략을 주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AI 반도체 시대에는 한 기업의 독주가 존재하기 어렵다. 데이터센터, 메모리, 패키징, 장비까지 모든 부문이 긴밀히 연결된 공급망 경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AI 인프라의 핵심은 결국 반도체다. 한국은 HBM에서 시작해 장비·소재까지 이어지는 AI 메모리 생태계를 구축하며 세계 시장의 구조적 전환을 이끌고 있다. AI의 시대는 곧 한국 반도체의 재도약기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AI 반도체의 핵심 밸류체인 허브로서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며 “메모리·파운드리·AI 반도체·로보틱스 등 전방위 협력 구조를 기반으로, 한국은 향후 AI 시대의 산업 생산성과 컴퓨팅 효율을 재정의하는 주체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AI 인프라 확산이 중장기 성장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은 만큼, 반도체 업종 내에서도 메모리 중심의 AI 밸류체인에 대한 구조적 비중 확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