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尹, 불출석 사유서 직접 작성해 제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막상 해보면 별것 아니다"라는 말을 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10일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7차 공판을 열고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증인으로 소환했다. 송 장관은 윤석열 정부에서 농식품부 장관을 지냈으며, 정권교체 후에도 유일하게 유임된 인물이다.
송 장관은 이날 비상계엄 선포 후 윤 전 대통령의 발언을 상세히 증언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대접견실로 들어와 '마실 걸 갖고 와라'고 하신 뒤 '막상 해보면 별것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식으로 말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진술했다.
이어 "한 전 총리에게 본인이 가야 할 일정을 대신 가달라고 했던 것으로도 기억한다"며 "각 부처에도 몇 가지 지시를 했던 것으로 생각이 난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전후 상황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송 장관은 지난해 12월 3일 오후 울산에서 일정을 마치고 김포공항에 도착했을 때 강의구 당시 대통령실 부속실장으로부터 '대통령실로 들어오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어 한 전 총리에게서도 전화가 왔고, "국무회의에 조금 더 빨리 올 수 없느냐"며 재촉을 받았다고 했다.
송 장관은 오후 9시 37분께 한 전 총리와 통화했을 당시 '오후 10시 10분께 도착한다'고 하자, 한 전 총리가 "좀 더 빨리 오면 안 되냐"고 서너 차례 말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대통령실에 도착한 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상황을 물었고, '계엄'이라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당시 회의 분위기 또한 증언했다. 송 장관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 전 총리에게 '계엄에 반대한다'는 뜻을 전했고, 한 전 총리도 "나도 반대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계엄 선포 이후에는 국무회의 외관을 갖추기 위해 사후에 국무위원 서명을 받는 시도가 있었다는 진술도 나왔다. 특검팀은 "특검 조사에서 이 전 장관이나 한 전 총리가 '(계엄에) 동의를 표명하는 게 아니다, 회의에 참석했다고 증명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맞느냐"고 묻자 "그렇다"며 "누가 했는지 불분명하다"고 답했다.
이어 송 장관은 "최 전 부총리는 '일은 하겠다. 하지만 서명은 못 하겠다'고 했고, 저도 '서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며 "한 전 총리는 '본인 판단대로 하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송 장관은 "저로서는 영문을 모르고 저 자리에 갔다"며 "국무회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2∼3분 동안 대통령이 오셔서 회의가 아닌 통보에 가까운 걸 말씀하시고 나가서 계엄이 선포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원됐다는 생각이 든다"며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불려 가서 자리에 앉았다가 나오게 됐으니 그렇게 느꼈다. 저 상황인 줄 알면 당연히 안 갔어야 한다. 안 갔으면 저 상황이 안 벌어졌을 수도 있지 않으냐"고 울먹였다.
특검은 한 전 총리가 단순 직무 태만을 넘어 적극적으로 내란 범행을 도왔다고 보고 있다. 윤 전 대통령에게서 계엄 선포 계획을 듣고 형식적 국무회의를 열어 사후 계엄선포문에 서명·폐기한 행위가 불법 계엄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적극적 가담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의 다음 공판을 11월 12일로 지정했다.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증인으로 소환됐으나 모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 측은 변호인이 불출석 사유서를 냈고, 윤 전 대통령 측은 본인이 직접 사유서를 작성해 제출했다"며 "다음 기일에 증인이 모두 불출석하면 그 시간에 서증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