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M&A) 이후 가치 창출 전략 제시
PMI 핵심은 인수 직후 100일…기준 정립
인수 이후 밸류업 '운영 탁월성' 달성해야

딜로이트안진이 인수·합병(M&A) 이후 단계에서 기업가치 제고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데 특화된 VCS(Value Creation Services) 팀을 전면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딜로이트의 네트워크 전략의 일환으로 2019년 국내에 신설된 이 조직은 단순한 딜 자문을 넘어 기업 인수 이후 단계에서 '가치실현'을 핵심 목표로 하는 통합 자문 조직이다.
VCS팀은 가치 제고를 위한 전략 수립과 실행을 담당한다. M&A의 단순한 재무·세무 자문을 넘어, 인수 후 통합(Post Merger Integration, PMI)과 기업가치 개선(Value-up)을 중심으로 한 자문을 제공한다. 현재는 인사, 재무, 세무, IT, 리스크 등 다양한 전문 부서와 협업해 고객이 한 곳에서 ‘One M&A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구조를 구축했다.
VCS 창립 멤버인 이정현 한국 딜로이트 M&A 통합 서비스 그룹(One M&A) 상무는 팀의 초창기부터 서비스 방법론 정립, 프로젝트 수주, 고객 커뮤니케이션 체계 구축 등 조직의 근간을 설계했다. 이 상무는 "VCS는 단일 거래 자문이 아닌, 인수 이후 기업이 실제로 가치를 창출 할 수 있도록 실행을 지원하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이 상무는 독일 기술기업 지멘스와 두산그룹을 거쳐 삼일 PwC 컨설팅에서 대기업 고객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전환 컨설팅을 수행하며 경영 혁신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2019년 딜로이트안진에 합류하면서 VCS팀의 창립 멤버로 활동을 시작한 그는 리더 포함 5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팀에서 마케팅 기획, 서비스 방법론 정립, 프로젝트 수주 및 수행을 모두 직접 맡으면서 여기까지 왔다.
그는 "M&A의 성패는 거래 성사보다 딜 이후 실행 단계의 완성도에서 갈린다”며 "VCS에서 지원하는 PMI와 밸류업은 단순한 사후관리 개념이 아니라, 기업이 새롭게 성장하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거래 이후에도 실질적인 가치 실현이 이뤄지도록 전사적인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정현 상무는 PMI의 성패가 '인수 직후 첫 100일'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기간은 단순한 조직 정비 단계가 아니라 거래 종결 직후 조직의 방향, 의사결정 라인, 운영 프로세스 등 핵심 기준선을 정립하는 시기"라며 "거래 완결에서 가치 창출로 넘어가는 구간"라고 강조했다.
이 상무는 "100일 이내에 작더라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통합 조직의 신뢰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 시기에 기본 방향 수립과 리더십 선정, 핵심성과지표(KPI) 설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향후 통합 전략의 속도와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때 설정된 성과 지표는 이후 최대 2년간 가치 창출 계획의 기준이 된다.
딜로이트 안진 VCS 팀은 '100일 로드맵'을 체계화해 운영 중이다. PMI 초기 로드맵은 △조직·프로세스 진단 △핵심 성과영역(Key Value Driver) 도출 △실행 계획 설계 △성과 추적에 이르는 네 단계로 체계화했다. 각 단계는 별도의 외부 컨설팅 자문이 아닌 기업 리더와 공동 실행 형태로 진행해 내부 리더십이 책임을 지도록 한다.
이 상무는 "외부 자문사가 아무리 정교한 방안을 제시하더라도 내부 리더십이 변화를 주도하지 않으면 실제 통합은 어렵다"며 "전략보다 실행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리더십을 중심으로 변화 방향을 일관되게 전달하고, 구성원들이 새 체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PMI의 본질은 결국 조직의 심리적 통합을 완성하는 일"이라고 했다.

이제까지 딜로이트안진의 VCS팀이 가장 의미있게 수행했던 프로젝트로 국내 제조업체의 엔드투엔드공급망(End-to-End Supply Chain) 체계 구축 사례를 들었다. 이 프로젝트는 사모펀드(PE) 고객이 인수한 포트폴리오 회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전사 차원의 공급망 구조를 재정비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체계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인수 직후 전사 차원의 '목표 운영 체계(Target Operating Model, TOM)'를 설계했다. 이를 통해 단기 성과 확보와 동시에, 중장기적 운영 효율화와 디지털 전환 기반을 마련했다. 그는 "영업, 구매, 생산, 품질 등 기능별 조직의 운영 현황을 진단한 뒤, 데이터 기반으로 비효율 요인을 분석했다"며 "이를 토대로 KPI를 새로 설계하고, 프로세스 개선과 관리 도구 개발을 병행했다"고 설명했다.
이 상무는 이 프로젝트의 의미를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조직 전체가 데이터 기반 KPI에 따라 의사결정하는 체질 변화에 성공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PE 입장에서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개선 효과를 조기에 확인할 수 있었고, 회사 입장에서는 중장기 경쟁력 확보라는 두 가지 성과를 동시에 달성했다"며 "가치 창출이 숫자와 구조 양쪽에서 검증된 사례"라고 평가했다.
밸류업 방식은 산업별로 다르게 접근한다. 제조업은 공급망(SCM) 최적화와 KPI 재설계, 디지털 전환을 중심으로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소비재 산업은 고객 자료를 활용한 AI 기반 서비스 확장과 ESG 트렌드 대응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이 상무는 밸류업에 대해 "단순한 비용 절감형 통합이 아니라, 기업의 사업구조를 재설계하고 혁신을 통해 자기 성장 기반을 만드는 과정"이라며 "핵심은 '운영의 탁월성'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숫자 중심의 경영이 아니라 KPI를 데이터 기반으로 연결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라며 "회사의 중장기 전략에 따른 지향점을 명확하게 하고, 핵심전략에 대해서는 과감히 투자해 시장 변화에 준비해야 한다"고 짚었다.
딜로이트안진 VCS팀의 주요 고객 중 상당수는 사모펀드다. 사모펀드(PE) 중심의 M&A 시장에서는 밸류업의 실행 속도와 정량적 성과가 특히 중요하다. 그는 "PE는 엑싯 시점이 명확하기 때문에, 투자 직후부터 단기간 내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며 "EBITDA 개선과 투자수익률(ROI)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실행력과 속도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실제 사례로 국내 프랜차이즈 T사의 전사 수익성 개선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그는 "고객이 T사를 인수한 후, 연구개발(R&D)·구매·생산·IT 등 전 부문을 대상으로 원가 절감 및 수익성 개선 방안을 도출했다"며 "단기 원가 절감뿐 아니라, 공급망 구조 재설계와 KPI 기반 성과 관리 체계까지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후 단기적 성과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 운영 모델을 함께 구축했다. 그는 "전사 비용 절감을 실현하면서도, 향후 재발주·생산·물류 등 전 과정이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목표 수행 모델을 수립했다"며 "임직원 워크숍을 통해 실행 공감대를 형성하고, 실제 재무성과로 연결했다. 단순 진단을 넘어 실행력과 지속성을 확보한 사례"라고 짚었다.

VCS팀은 가치창출의 핵심 지표로 '운영의 탁월성'을 삼는다. 이 상무는 “단기 실적보다 운영 효율화 기반의 수익성 개선을 우선한다"며 "기업 구조에 맞춰 품질·가격·운반(Quality·Cost·Delivery, QCD) 관점의 KPI를 재정립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조직 및 시스템 구조를 설계한다"고 말했다.
또한 “기업의 지속 가능한 가치 창출은 재무성과뿐 아니라 과정의 효율성과 조직의 변화 대응 속도에서 비롯된다"며 "기업이 변화에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가 장기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밸류업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내부 조직 저항과 리더십 공백이라고 지적했다. 이 상무는 "외부 자문사가 아무리 정교한 계획을 세워도, 내부 리더가 변화를 주도하지 않으면 실행은 불가능하다"라며 "단기 성과에만 집중하면 체질 개선이 지연되고, 결국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밸류업의 과정은 '조직이 스스로 변화를 수용하도록 만드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숫자 중심의 성과와 함께 조직 역량 중심의 변화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딜로이트안진 VCS팀은 실제 프로젝트에서 '변화 관리'를 별도 트랙으로 운영하고 있다. 조직별 핵심 리더를 참여시켜 통합 전략과 KPI 재정립 과정을 공동 설계하고, 워크숍을 통해 내부 공감대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리더십 부재가 발생하면 실행 단계에서 혼선이 커지고, 통합 조직의 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이 상무는 "리더십이 방향성을 분명히 제시하고, 구성원들에게 변화의 이유를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며 "밸류업의 성공은 보고서의 정교함보다 리더가 변화를 실행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의 문제"라고 짚었다.
딜로이트안진 VCS팀의 궁극적 목표는 단순 자문이 아니다. VCS는 가치 실현을 중심으로 한 실행 중심 M&A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 상무는 M&A 과정에서는 단순히 회사를 사들이는 행위가 아닌, 거래 이후 새로운 기업을 다시 세우는 과정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M&A 시장 변화에 대해 재무적 구조보다 딜 이후의 가치 창출 역량이 기업 평가의 핵심 지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상무는 "한국 M&A 시장도 점차 거래 중심에서 실행·가치 중심 시장으로 전환될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통합을 수행하고, 그 과정에서 얼마만큼 가치를 만들어내느냐"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