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뉴삼성’ 전환·컨트롤타워 복원 조짐…노태문 부회장 승진 주목
현대차, 트럼프 리스크 앞두고 ‘안정’ 기조 유지…장재훈·무뇨스 유임 유력

올해 주요 그룹의 인사 시즌이 본격 막을 올렸다. 국내 4대 그룹 중 SK그룹이 가장 먼저 신호탄을 쐈고, 삼성·현대차·LG그룹도 이달 중 정기 인사를 단행할 전망이다. 과거 12월 초순이던 인사 시점이 이제는 11월로 앞당겨지는 추세다.
인사 시기가 빨라지는 것은 대내외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 관세 이슈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 만큼, 내년 본격적인 실적 회복에 대비해 조직 정비를 서두르려는 총수들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번 인사 키워드는 △안정 속 세대교체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 인재 등용 △성과 주의 흐름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의 사장단 인사는 이르면 이달 중순~말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11월 27일)보다 다소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는 이번 인사가 ‘뉴삼성’ 전환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핵심 관전 포인트는 ‘세대교체형 리더십’의 강화다. 정현호 부회장(사업지원TF장), 전영현 부회장(DS부문장)에 이어 노태문 DX부문장 직무대행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할 경우 3부회장 체제가 완성된다. 노 사장은 올해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과 품질혁신위원장을 겸임하며 디바이스경험(DX) 사업 전반을 총괄했다.
노 사장이 부회장으로 오를 경우, MX사업부장 자리에는 지난해 사장에 승진한 최원준 개발실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유력 후보다.
삼성은 올해 여성·외국인 임원 비중도 확대할 전망이다. 최근 100대 기업 여성 임원 통계에서 삼성전자는 80명으로 단일 기업 최다를 기록했다. 이재용 회장의 ‘다양성 인사’ 기조가 실제 인사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2017년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유지돼온 ‘자율경영 체제’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최근 그룹 중장기 전략을 총괄하는 ‘경영진단실’이 삼성전자 산하로 재편됐고, 사업지원TF와 미래사업기획단 통합 등 ‘컨트롤타워 복원’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만약 컨트롤타워가 복원된다면 주요 임원진의 큰 폭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삼성 인사의 또 다른 관심사는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여부다. 이 회장은 2019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비등기 체제를 유지해왔으나, 지난 7월 대법원 무죄 확정으로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하면 주요 투자·인재 영입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며 “AI 반도체, 로봇, 바이오 등 미래 사업 투자가 한층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외 주요 계열사 경영진은 대체로 유임 가능성이 높다.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과 최주선 삼성SDI 사장은 올해 임기를 시작했으며,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재선임 후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어 교체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의 사장단 인사도 이달 중순~말 발표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15일 인사를 단행한 것과 비슷한 시기다. 업계는 올해 현대차그룹이 ‘안정’을 핵심 기조로 삼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이미 주요 인사를 선제적으로 마친 만큼, 올해는 대규모 교체보다 조직의 연속성과 중장기 전략 유지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국 관세 인하 이후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북미 생산 확대 등 현안이 산적해 있어 현 체제 유지가 유력하다.
장재훈 현대자동차 부회장과 호세 무뇨스 사장은 유임이 유력하다. 장 부회장은 상품기획부터 제조·품질까지 밸류체인 전반을 총괄하며 효율화와 시너지 극대화를 이끌고 있고, 무뇨스 사장은 북미 판매·생산체계 고도화를 주도하며 관세 변수 속에서도 실적 방어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기아도 조직 안정화에 집중한다. 송호성 사장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재선임됐고, 최준영 사장 역시 지난해 인사에서 새로 선임돼 변화를 줄 가능성은 낮다.
현대위아는 지난 7월 권오성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고, 이노션은 이달 김정아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현대글로비스 이규복 사장, 현대모비스 이규석 사장 등도 각각 글로벌 물류 안정화와 구매전략 중심 역할을 수행 중이다.
현대오토에버 김윤구 사장, 현대트랜시스 백철승 부사장, 현대케피코 오준동 부사장 등은 임기가 2027년까지며, 현대제철 서강현 사장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미국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4년간 미국에 26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으로, 올해 인사는 대폭 교체보다는 각 부문 실적과 경영성과 점검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