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K팝 아티스트 미래’ 고심한 법원…“전속계약상 해지사유 없고, 신뢰관계도 파탄 아냐”

1심, 어도어 전부 승소 판결…“뉴진스 전속계약 유효”

전속 분쟁 장기화…2~3년 활동 못할 수도
‘독자활동 금지’ 가처분, 추가 연장 가능성
손해배상‧위약금 청구 소송확장 자제할 듯

“민희진 전 대표 해임, 계약 위반 아니다”
“신뢰관계, 계약유지 힘들다 보기 어려워”
“의지에 반한 계약강제‧인격권 침해 없어”

아이돌 그룹 뉴진스와 연예 기획사 어도어(모기업 하이브) 간 전속 계약이 유효하다는 법원 판단이 30일 나오면서 양측 분쟁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민지‧하니‧다니엘‧해린‧혜인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유한) 세종이 “멤버들은 법원 판단을 존중하나, 제1심 판결에 즉각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혀 전속 분쟁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항소하게 되면 보통 6개월에서 1년 정도 심리기간이 필요하다. 만약 대법원 상고심까지 간다면 1년 반에서 2년가량 추가 소요된다. 어도어와 전속 계약이 유지되는 상태여서 어도어 소속 뉴진스 이름을 쓰지 않는 이상 향후 2~3년 동안 전혀 엔터테인먼트 활동을 못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 그룹 뉴진스(왼쪽부터 NJZ 하니‧민지‧혜인‧해린‧다니엘)가 올해 3월 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어도어, 뉴진스 상대 기획사 지위 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심문 기일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정회일 부장판사)는 이날 어도어가 뉴진스 멤버 5명을 상대로 제기한 전속 계약 유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전부 승소’로 판결했다. 선고 결과에 따라 뉴진스 멤버들은 법적으로 어도어 전속 연예인 신분을 유지해야 하며, 독자적 활동은 계약상 제한된다.

지난해 11월 뉴진스가 어도어에 전속 계약 해지를 통보하며 독자 활동을 예고하자, 어도어는 그 다음 달 법원에 전속 계약 유효 확인 소송을 내는 한편 본안 소송 결론이 나기 전까지 뉴진스 멤버들의 독자적 활동을 막아달라며 ‘기획사 지위 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신청도 함께 제기했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데 반발한 뉴진스 측이 이의 신청과 항고까지 진행했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년간 계속된 소송전이 복잡해 보이나 쟁점은 ‘전속 계약상 채무불이행에 따른 해지 사유가 존재하는지’와 ‘신뢰 관계 파탄에 따른 계약 해지 사유 발생 여부’ 등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이 함께 쓰고 있는 서초동 법원 종합청사 전경. (연합뉴스)

“전속계약 분쟁서 확립된 법리 기초…사안 포섭”

‘신뢰관계 파탄 땐 해지’ 대법 판례에도
法, 8개 전속계약 해지 사유 모두 배척

재판에서 피고들은 △원고 대표이사 민희진 해임으로 인한 프로듀싱 공백 건 △연습생 시절 사진 및 영상 유출 △하이브 홍보(PR) 담당자의 뉴진스 성과 폄훼 발언 △빌리프랩 소속 아일릿의 뉴진스 고유성 훼손 및 대체 시도 △멤버 하니가 하이브의 다른 계열회사 직원으로부터 ‘무시하고 지나가라’는 말을 들은 사안 △돌고래유괴단의 분쟁 야기로 피고들 성과물이 삭제되도록 하고, 돌고래유괴단과 협업이 불가능해지도록 한 행위 △하이브의 음반 밀어내기 관행으로 인해 뉴진스 성과 평가 절하 △2023년 5월 10일 ‘뉴(진스) 버리고 새로 판 짜면 될 일’이라는 내용이 기재된 음악산업 리포트 작성 등 8개 해지사유를 주장했으나 법원이 전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민희진 전 대표 해임만으로 매니지먼트 공백이 발생했다거나 어도어가 매니지먼트 수행 능력을 상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민 전 대표에 대한 신뢰가 전속계약 핵심 요소라고 볼 근거를 계약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이브의 홍보 방해, 소속 임원의 인사 무시, 명품 앰배서더 제안과 애플 협업 요청 미전달 등 피고들이 제시한 신뢰 파탄 사유들은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판시했다.

법무법인(유한) 율촌에서 스포츠‧엔터테인먼트 송무를 담당하고 있는 권성국 변호사는 “계속적 계약에서 법이나 계약 규정이 없더라도 신뢰 관계가 파탄이 되면 해지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며 “전속 계약 분쟁에서 확립된 법리에 기초해서 이 사안을 포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도어와 신뢰 관계가 완전히 파탄된 상황에서 어도어로 복귀해 정상적인 연예활동을 이어가기는 불가능하다’는 피고 변론이 나오게 된 배경인데, 2심에 가서도 소송 전략이 바뀔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특히 1심 법원은 “전속 계약 효력에 관한 분쟁 과정(여론전 및 법적 분쟁 등) 자체에서 신뢰 관계 파탄 가능성이 높으므로, 전속 계약 ‘해지 통보 이후’ 사정을 신뢰 관계 파탄의 원인으로 보아 전속 계약 해지를 인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 관하여 보면, 전속 계약 해지 통보 이후의 사정으로 인하여 원고와 피고들 사이 신뢰 관계가 이 사건 전속 계약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됐다고 볼 수 없다”면서 “연예인에게 자유의사에 반하는 전속 활동을 강제하는 건 연예인의 인격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으나, 이 사건 전속 계약을 유지하는 것이 피고들의 자유의사에 반하는 전속 활동을 강제하여 피고들의 인격권을 침해하게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시했다.

▲ 우측 사진은 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오른쪽 두번째)가 지난해 11월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삼성역센터에서 열린 전속계약 해지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해린, 다니엘, 민지, 하니, 혜인. 연합뉴스 (그래픽 = 손미경 기자 sssmk@)

‘신뢰관계 파탄’ 물고 늘어져야 하나…항소심도 뒤집기 힘들 듯

2심 재차 조정 예상…두 차례 결렬 전례
“합의 이르기 쉽지 않다” 난항전망 높아

기존 방어 전략이 그대로라면 항소심에서 결과를 뒤집기 힘들다는 예상이 적지 않다. 이번 판결로 법원은 전속 계약 효력을 다시 확인했으며, 뉴진스의 독립 계획은 사실상 제동이 걸렸다.

조만간 어도어가 추가 간접강제 신청을 낼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앞서 법원은 올해 1월 ‘전속 계약 1심 선고가 나올 때까지’ 뉴진스 멤버들이 독자적인 연예 활동을 할 경우 위반행위 1회당 10억 원을 어도어에 지급하도록 했다.

SBS PD를 거쳐 초록뱀미디어 대표를 지낸 이용해 YH & CO 대표 변호사는 “뉴진스 관련 가처분 결정은 1심 판결 선고 시까지 효력을 가진다고 돼 있어 오늘 선고와 동시에 법리상 효력은 종료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어도어가 1심에서 승소했으므로 항소심에서도 동일한 질서 유지를 위해 가처분 효력을 연장하거나 재신청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대표 변호사는 통상 법원은 1심 판결의 판단 취지를 존중해 연장을 인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가 재차 조정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올 8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친 조정이 끝내 결렬된 전례가 있어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그러나 어도어가 뉴진스에 손해배상 또는 위약금을 청구할 가능성은 작다는 의견이 많다. 전속 계약이 유효함을 확인받은 터라 어도어 역시 전속 계약상 뉴진스에 정산 및 연예활동 지원 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하는 데다 위약금을 산정하는 별도 소송을 청구하는 일은 계약이 해지됐음을 전제하는 또 다른 분쟁 단계라는 이유에서다.

이 대표 변호사는 “저도 PD 출신이지만 실제 기획사들이 연예인을 키우는 데 금전적인 투자가 막대하다”며 “시간도 오래 걸려 전속 계약의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까닭에 이번 법원 판결은 K팝 산업 발전을 위해 이런 측면을 재확인한 선례를 남겼다”라고 평가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조소현 기자 so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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