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주택·갭투자·증여까지...부동산 정책 신뢰 흔들린다[10·15 대책 일주일]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을 주도한 경제부처 핵심 인사들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이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고가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부동산 정책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에 정책 설계자들이 갭투자와 시세 차익을 얻은 정황이 밝혀지며 "정책의 신뢰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22일 정부 공직자 재산공개 자료에 따르면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은 지난해 7월 배우자 명의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판교푸르지오그랑블’ 전용면적 117㎡ 아파트를 33억5000만 원에 매입했다. 거래 당시 전세보증금 14억8000만 원을 끼고 매수하면서 갭투자 논란이 일었다. 이 아파트는 최근 40억 원 안팎에 거래되며 1년여 만에 6억 원 가까운 시세차익을 거둔 셈이다.

이 차관은 기존에 보유하던 판교밸리호반써밋(84㎡)을 올해 6월 처분했으나 해당 주택에는 계속 전세로 거주 중이다. 그는 “입주 시점이 맞지 않아 부득이 전세로 살고 있다”며 “2027년 1월 백현동 아파트로 이사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배우자 명의로 서울 강남구 개포동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구 부총리는 2013년 당시 아내 명의로 약 8억9100만 원에 개포동 주공 1단지(전용 56.6㎡)를 경매로 낙찰 받았다. 그는 해당 아파트가 재건축되기 전까지 임대만 줬을 뿐, 단 한 번도 실거주하지 않았다.

아파트는 이후 재건축을 거쳐 현재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로 변모했다. 재건축으로 인한 시세 차익을 얻은 셈이다. 이 아파트는 최근 재건축을 통해 현재 시세가 50억 원 안팎에 거래 되고 있다.

특히 구 부총리는 2018년까지 대출을 통해 최대 4채의 주택을 보유했으나 문재인 정부의 고위 공직자 다주택 처분 권고에 따라 그중 3채를 매각했다. 그가 매각한 부동산 대금만 해도 총 45억 원에 달한다.

대출을 제한한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의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구 부총리와 비슷한 시기 같은 아파트 전용 58.08㎡를 8억5000만 원에 대출과 전세를 끼고 매수해 수십억 원 시세차익을 얻었다. 재건축 후에는 실거주하고 있으나 2013년 매수해 2018년 철거 시까지 한 차례도 거주한 적이 없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배우자와 공동 명의로 서울 서초구 서초래미안 아파트(전용 146㎡)를 보유하고 있다. 김 실장은 2000년 재건축 추진 당시 극동아파트 조합원 입주권을 약 4억 원에 매입해 현재의 서초래미안으로 소유권을 이전받았다.

실거주는 하지 않았으며 완공 후 국제기구 근무로 인해 월세를 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해당 평형의 시세는 30억 원 내외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아빠찬스’와 증여세 미납 논란에도 휩싸였다. 김 장관과 그의 배우자는 큰딸이 거주 중인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한 아파트의 전세금 6억5000만 원을 전액 지원했다. 하지만 김 장관의 자녀는 6억 원 이상 자금을 지원받고도 증여세는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이에 김 장관은 “증여가 아니라 차용증서를 써놓고 빌려준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처럼 정부 핵심 인사의 부동산 재산과 부동산 거래 행태가 알려지자 국민 사이에서는 실망과 불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집값 안정을 강조해 온 정책 당국자가 가족을 통해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서민은 대출 문턱에 막혀 내 집 마련조차 어려운데 정책 책임자들은 예외적 위치에 있었다”는 비판이다.

이강훈 참여연대 운영위 부위원장은 "공직자의 재산 형성과정에서의 투명성은 정책의 신뢰를 결정짓는 기준 중 하나"라며 "하지만 개인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정책이 실질적으로 어떻게 추진되고 실효성을 거두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단순히 관료 개인의 도덕성 문제를 넘어 정책 신뢰의 균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한다.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인데 정책 결정권자들의 자산 보유 이력이 공개되면서 정책의 설득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본지 자문위원)는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부동산 보유 형태가 국민의 체감 현실과 다를 경우 정책의 공정성과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며 “대책의 방향이 옳더라도 신뢰가 흔들리면 정책 효과는 반감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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