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뒤덮은 '그 패딩'의 정체는 [솔드아웃]

지금 화제 되는 패션·뷰티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자신의 취향, 가치관과 유사하거나 인기 있는 인물 혹은 콘텐츠를 따라 제품을 사는 '디토(Ditto) 소비'가 자리 잡은 오늘,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의 눈길이 쏠린 곳은 어디일까요?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요즘처럼 옷 입기 어려운 계절이 없습니다. 아침엔 쌀쌀하고 낮엔 햇볕이 따갑다가 해가 지면 곧바로 기온이 뚝 떨어지는 시기. 옷장 앞에 서면 늘 고민이 길어지는데요. 이때 걸치기 좋은 아우터로는 트렌치 코트나 재킷 정도가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올해는 이 국룰(?)에 균열이 찾아왔습니다. 순식간에 쌀쌀해진 아침 공기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피드엔 이른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바로 패딩인데요. 짧아진 가을과 커진 일교차가 만들어낸 풍경이죠. 소비자들은 반소매 위에 패딩 조끼를 겹쳐 입거나, 얇은 후드형 경량 패딩을 재킷처럼 걸칩니다. '패딩은 한겨울 옷'이라는 공식이 무너지고 있는 셈이죠.

물론 단순히 날씨 탓만은 아닙니다. 활동성과 스타일을 모두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패딩 시장이 세분화되고 있는 흐름인데요. 이른바 '얼리버드 아우터'의 시대, 올해는 어떤 패딩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까요?

▲서울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6도를 기록하는 등 강추위가 이어진 2월 24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일대에서 두꺼운 외투와 방한용품으로 무장한 시민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숏패딩 vs 롱패딩…길이로 알아보는 취향

패딩 시장의 주도권은 해마다 '길이'로 갈리곤 합니다. 지난 겨울 역시 숏패딩과 롱패딩의 대결 구도가 뚜렷했죠.

우선 지난 겨울 유행 중심에는 숏패딩이 있었습니다. Y2K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노스페이스 눕시처럼 200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아이템이 재조명됐고 푸퍼가 인기를 끌었죠. 푸퍼는 몸을 부풀리는 생선인 복어(Puffer)에서 유래한 말로, 솜이나 다운, 구스 등 충전재를 넣어 복어처럼 빵빵하게 부풀어 있는 패딩을 일컫습니다. 크롭 기장이나 글로시한 재질, 리버시블 디자인 등을 더하면서 Z세대가 선호하는 스트리트 감성에 어필하는 데 성공했죠.

무릎 아래, 더 길면 발목 언저리까지 오는 롱패딩과 달리 짧은 기장 덕분에 움직임이 편하고 활동하기에 좋은데요. 통학이나 출퇴근 등 일상 동선이 그리 길지 않은 젊은 층 사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여기에 전소미, 더보이즈 주연, 엔믹스 해원·설윤, 아이들 민니, 고윤정, 블랙핑크 제니, 리사, 뉴진스, 르세라핌 등 핫한 스타들이 패딩 모델로 나서거나 화보를 찍고 일상에서 관련 제품을 착용한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무엇보다 다양한 스타일링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인데요. 팬츠부터 스커트, 레깅스 등 다양한 하의, 신발과 매치돼 가격 대비 활용도가 높은 아이템으로도 인식됐습니다.

그렇다고 롱패딩의 인기가 저물었다는 건 아닙니다. 롱패딩은 '생존템'으로 굳건한 입지를 지키고 있었는데요. 영하권 추위가 찾아오면 보온성이 우수한 롱패딩 매출이 크게 증가한 바 있죠.

여기에 밝은 색상을 활용하고 모자에 퍼 장식을 더하거나 퀼팅 디자인 등이 적용되면서 보온성과 패션 디테일을 동시에 강화하면서 칙칙한 이미지를 벗기 시작했는데요. 덜 추울 땐 숏패딩, 추울 땐 롱패딩 공식(?)이 자리 잡은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NCT 위시 멤버 시온. (출처=NCT 위시 위버스 캡처)

NCT 위시도 입었다…경량 패딩 인기 ↑

올해는 숏패딩-롱패딩으로 이어지는 흐름에 앞서 또 다른 패딩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패션 플랫폼부터 SNS를 뒤덮고 있는 경량 패딩이 그 주인공이죠. X(옛 트위터)에는 자신이 구매한 경량 패딩을 자랑하는 글부터 가성비 좋은 제품을 추천하는 글까지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K팝 팬들 사이에서는 그룹 NCT 위시 멤버 시온이 입은 산산기어의 제품이 화제를 모은 바 있는데요. 지난달 산산기어xNCT 위시의 컬래버레이션 소식이 전해져 또 한 번 눈길을 끌었죠. 이 밖에도 살로몬, 몽벨 등 아웃도어 브랜드의 제품이나 스파오 같은 제조·유통 일괄(SPA) 브랜드의 경량 패딩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또 인기를 끄는 경량 패딩은 무신사 스탠다드의 '시티 레저 후디드 라이트 다운 재킷'인데요. 해당 제품은 8월 발매 후 두 달 만에 누적 판매량 3만 장을 돌파했습니다. 지난해에도 품절 대란을 일으킨 제품인데요. 올해는 판매 시기를 한 달가량 앞당기고 색상도 4종에서 13종으로 확대했죠. 블랙과 클라우디 블루 같은 기본 컬러는 발매 직후 완판됐고, 새로 추가된 라이트 그레이·피스타치오 등도 연이어 품절되면서 인기를 입증했습니다.

경량 패딩에 대한 관심은 패션 플랫폼 데이터에서도 뚜렷합니다. 스타일커머스 플랫폼 에이블리에 따르면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9일까지 '경량 패딩' 검색량은 전년 대비 142% 늘었고, 거래액은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특히 후드형 경량 패딩 검색량은 무려 11배(1045%) 급증했는데요. 같은 기간 퍼 자켓·패딩슈즈 등 방한 아이템 검색량도 일제히 상승, 겨울 의류 수요가 평년보다 최소 한 달 앞당겨진 것으로 나타났죠.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에서도 같은 흐름이 관찰됐습니다. 지난달 초엔 바람막이·경량 패딩 등 간절기 아이템이, 중순 이후엔 패딩·다운 등 헤비 아우터 거래량이 급격히 늘었죠.

결국 이번 패딩 시장의 흐름은 '한 벌로 끝내기 어렵다'로 요약됩니다. 날씨는 갈수록 예측할 수 없고 소비자들의 옷장은 점점 더 다층적으로 진화하고 있는데요. 가벼운 경량 패딩으로 시작해 숏패딩·롱패딩으로 이어지는 흐름에 맞춰 패션 업계도 신상 발매 시기나 큐레이션, 기획전을 앞당겨 진행하는 추세입니다. 스파오만 보더라도 올해 경량 패딩 물량을 50% 늘렸으며, 지난달까지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288% 증가했습니다.

▲(출처=홀리스터 공식 사이트 캡처)

유행은 돌아오는 거야! 심상찮은 '이 브랜드'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죠. 숏패딩이 다시 주목받고 롱패딩이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복고 감성까지 패딩 시장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2000년대 초반 학생들의 단골 브랜드였던 홀리스터가 있죠.

투자은행 파이퍼 샌들러가 지난달 평균 연령 15.7세 청소년 1만96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 1위를 차지한 건 나이키였습니다. 2위는 홀리스터, 3위는 브랜디멜빌로 나타났는데요.

여론조사기관 유고브 조사 결과에서도 미국 18~34세 소비자층의 홀리스터 브랜드 추천 점수는 지속 상승하며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는 홀리스터의 서던 캘리포니아 감성, 편안하고 실용적인 스타일, 그리고 친환경 소재 사용 등에서 매력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죠.

특히 일부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홀리스터의 퍼 패딩이 주목받는 분위기입니다. 딸기우유 같은 연한 핑크 컬러, 착 달라붙는 핏, 보송보송한 털까지 Y2K 감성을 그대로 즐길 수 있는데요. 홀리스터 유행을 이미 제대로 즐겨본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는 '홀리스터가 다시 유행이냐'는 감탄 혹은 경악(?)이 이어지죠.

결국 패딩에서도 유행은 돌고 도는 중입니다. 10여 년 전 교복 위에 걸치던 그 브랜드가, 이제는 잘파 세대의 '새로운 힙함'으로 다시 소환되고 있으니까요. 올해 어떤 패딩을 살지 고민이 더 깊어지는 이유입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