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빼고 다 갖고 있나⋯몬치치 히퍼, 어디서 구하는데? [솔드아웃]

지금 화제 되는 패션·뷰티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자신의 취향, 가치관과 유사하거나 인기 있는 인물 혹은 콘텐츠를 따라 제품을 사는 '디토(Ditto) 소비'가 자리 잡은 오늘,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의 눈길이 쏠린 곳은 어디일까요?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도대체 어딜 가야 살 수 있는데?

토로가 절로 나옵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커뮤니티 등 온라인 상에서는 물론 아는 사람들은 모두 안다는 감성 카페, 콘서트장 같은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심심찮게 보이는 이 피규어. 스마트폰 위에 찰떡처럼 붙어 있어 눈길을 끄는데요. 이는 '히퍼(Hipper)'라고 부릅니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모니터 모서리에 붙여놓을 수 있도록 디자인된 피규어죠.

그런데 이 히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입니다. 판매한다는 매장에서는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고요. 공식 홈페이지에는 '품절'만 떠 있습니다. 한 판매 사이트는 재고가 풀리자 서버가 마비를 빚기도 했죠. 중고거래 플랫폼에 접속하니 수 배의 웃돈이 붙어 있습니다.

작은 크기와 눈을 뗄 수 없는 귀여움, 개성이 담긴 여러 디자인, 그리고 무엇보다 '꾸미기'라는 행위가 결합하면서 히퍼는 단순 장식품을 넘어 세대의 아이템이 된 모양샙니다.

▲아이브 레이(왼쪽), 르세라핌 사쿠라. (출처=아이브, 사쿠라 인스타그램 캡처)

꾸미기 열풍 계속…이런 폰꾸, 해봤어?

잘파세대는 디지털 환경을 모국어처럼 사용하는 디지털 네이티브이자 스마트폰에 익숙한 모바일 네이티브입니다. 이들에게 스마트폰은 단순한 통신 기기가 아니라 자기 정체성을 표현하고 세계와 연결되는 가장 중요한 플랫폼인데요. 이에 스마트폰도 꾸미기 열풍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스마트폰 꾸미기가 케이스를 바꾸고, 스티커를 붙이는 수준에서 그친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요즘 '폰꾸'는 훨씬 더 다채로운데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히퍼죠. 작은 캐릭터 피규어에 접착 테이프가 붙어 있어 원하는 곳에 쉽게 부착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에 붙이면 나를 쳐다보는 해맑은 얼굴은 물론 '거울샷'을 찍을 때 포착되는 귀여운 엉덩이가 포인트입니다.

특히 인기를 끄는 히퍼는 몬치치소니엔젤입니다. 모두 일본 출신 캐릭터로 각각 1974년, 2004년 탄생한 만큼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는 아닌데요. 여전히 적지 않은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지만 인기가 절정을 맞았던 시기로부터는 한참이 지났습니다.

다만 최근 들어 인기가 다시 부상하고 있습니다. 유행을 넘어 스테디로 자리 잡은 키링, 피규어 제품군으로 시작된 인기는 히퍼로도 이어졌는데요. 보관이나 전시가 중심이었던 기존 피규어와 달리 히퍼는 일상에서 늘 손에 쥐고 다니는 물건에 붙여 쓰는 걸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특별하죠.

히퍼의 인기는 단순히 귀여움 때문만이 아닙니다. 일단 가장 큰 인기를 끄는 소니엔젤, 몬치치 히퍼는 상자를 까기 전까지 뭐가 들어 있는지 알 수 없는 '랜덤 박스' 형태로 판매됩니다. 소비자들은 원하는 캐릭터를 얻기 위해 '또' 랜덤박스를 구매하면서 재미를 얻습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비인기 캐릭터까지 소진하는 등 재고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고요. 소비자간 활발한 교환 및 재판매가 이뤄지면서 팬덤까지 형성됩니다. 이는 곧 브랜드 충성도로 이어지는데요. 포즈나 의상에 변주를 주고, 시즌별 시리즈를 출시하는 등 지식재산권(IP) 확장에도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죠.

무엇보다 히퍼는 '내 개성을 어떻게 드러내느냐'는 꾸미기 문화의 확장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소유가 아니라 배치와 활용, 즉 꾸미는 행위 자체가 소비의 핵심이 된 거죠.

이렇다 보니 적지 않은 관심을 끄는데요. 몬치치 히퍼, 소니엔젤 히퍼를 판매하는 아트토이 전문 업체 팝마트, 생활소품숍 버터, 아트박스, 핫트랙스, 텐바이텐 등에선 재입고와 동시에 상품이 동납니다. 리셀 플랫폼 크림에서 몬치치 히퍼는 정가 대비 200% 넘게 오른 3만7000원대에 거래되는 중입니다. 2일 기준 지난 1주간 10대 후반, 20대 초반 여성이 많이 구매한 상품 랭킹에는 몬치치 히퍼가 각각 14위, 6위에 올라 있기도 하죠.

▲NCT 위시의 키보드 키캡. (출처=위버스 샵 캡처)

지드래곤·아이유·국중박 렛츠고…키캡의 매력, 아직도 모른다고요?

스마트폰 꾸미기가 늘 손에 들고 다니는 소지품에 취향을 더하는 방식이라면, 책상 꾸미기는 매일 장시간 머무는 생활 공간을 자기 방식대로 바꾸는 데 집중돼 있습니다. 책상은 공부, 업무, 취미 활동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인데요. 자연스럽게 이 공간을 조금이라도 더 즐겁고 나답게 만들려는 욕구에서 비롯된 꾸미기 열풍인 거죠.

가장 대표적인 게 키보드와 키캡입니다. 기계식 키보드가 대중화되면서 단순히 타건감이나 성능만 따지는 게 아니라 키보드를 '꾸밀 수 있는 물건'으로 인식하게 된 건데요. 알록달록한 키캡을 교체하거나 특정 키만 포인트 컬러로 바꾸는 식으로,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쉽게 개성을 드러낼 수도 있습니다. 작은 변화만으로도 책상 위 분위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젊은 세대의 만족도가 크죠.

엔터테인먼트 업계 역시 이런 흐름을 주목했습니다. 전시를 넘어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머천다이즈(MD)를 다수 선보이는데요. 기계식 키보드에 끼울 수 있는 키캡을 굿즈로 출시하는 식이죠. 지드래곤, 아이유, NCT 위시 등이 콘서트·팬미팅 등 굿즈로 선보인 바 있고요. 아예 팬들끼리 의견을 모아 자체 제작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렇게 거머쥔 키캡은 키보드에 끼우기도 하고, 키링으로 달고 다니기도 하는데요. 키캡을 누를 때마다 들리는 경쾌한 타건음과 중독적인 타건감으로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후기도 적지 않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도 이 열풍에 올라탔습니다. 붓글씨 한글 폰트, 궁궐 지붕의 기와, 단청 무늬를 각인한 키보드를 출시하는가 하면 키캡만 별도로 판매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는데요.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붐까지 더해지면서 품절 대란이 일어났습니다. 현재도 공식 사이트에서 품절 상태입니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도 키캡을 활용한 굿즈를 선보였습니다. CGV는 '체인소맨 키캡 키링' 단품은 물론 팝콘, 탄산 음료 등 먹거리가 포함된 패키지도 판매했죠. 또 지난해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우승 팀인 T1은 기념 굿즈로 작지만 웅장한 디자인의 키캡을 선보여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작은 크기 안에 개성 있는 디자인을 담을 수 있고, 실제 키보드에 끼워 쓰거나 키링처럼 휴대할 수도 있는 실용성이 더해진 덕분에 인기를 끄는 것으로 분석되는데요. 여기에 인기 아티스트·게임·애니메이션과의 협업으로 소장 가치가 높아지고, 커스터마이징 영상이나 언박싱 콘텐츠가 SNS에서 확산하면서 또 다른 마케팅 효과까지 얻습니다. 잘파세대의 책상 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굿즈로 자리 잡은 비결이죠.

▲(출처=스타벅스 코리아 인스타그램)

작은 소품에서 얻는 행복!

이 같은 굿즈 열풍은 '귀여운 장식품'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고 일상 전체를 나만의 취향으로 물들이는 과정이 되죠.

여기에 이런 굿즈는 매일 손에 닿는 자리에서 작은 리셋 버튼처럼 작동합니다. 스마트폰에 붙여둔 히퍼는 미소를 짓게 하고, 키보드 위의 키캡이 중독적인 소리와 타건감으로 피로를 덜어주는 것처럼 일상 속 피곤함을 가볍게 풀어내는 장치가 된달까요. 크기는 작아도 자주 마주칠수록 체감 효과가 커지는 소비라는 점이 강력한 매력 포인트입니다.

산업적 가치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캐릭터·아티스트 굿즈에서 시작한 흐름은 이제 패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문화 기관까지 확장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큰 제작 비용이 들지 않으면서도 소비자의 재구매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가 주목하는 카테고리가 된 셈이죠. 작은 굿즈 하나에 세대의 취향과 시장의 흐름이 함께 담겨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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