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양형기준 올라가며 처벌 수위 높아져
“주요국 수준 만큼 처벌 강도 더 높여야”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법원의 처벌이 최근 들어 한층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기술유출 사건의 양형기준을 대폭 상향한 뒤 법원 현장에서 실제 형량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주요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처벌 수위가 낮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국가 핵심 산업과 직결된 범죄인 만큼, 사법부가 보다 엄정한 형량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15일 본지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확보한 법원행정처 자료에 따르면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1심 선고를 받은 기술유출 사범의 수는 2020년 이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14명→33명→20명→48명→61명으로 늘었다. 국가 간 기술 안보 경쟁이 치열해지며 기술유출 사건이 늘어나며 수사망에 걸리는 건수도 많아지는 것이다.
이들 중 자유형(실형) 선고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 같은 기간 0명→2명→6명→25명→28명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기술유출사범 대부분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과거와 대비된다. 5일 대검찰청의 ‘기술 유출범죄 양형기준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3년 1월까지 8년간 기술 유출 관련 범죄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365명이다. 이 중 292명(80%)이 징역형 집행유예로 풀려났으며 실형을 산 사람은 73명에 불과했다. 실형을 받더라도 평균 형량은 징역 12개월, 집행유예의 평균 형량은 징역 25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최근 1년 사이 기술유출 사건에 대한 법원의 처벌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수사 기관 관계자는 “이전에는 실형보다는 대부분 집행유예로 풀려났는데 지난해 양형기준이 높아진 뒤로 징역형이 선고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해 3월 지식재산·기술침해범죄 등에 대한 양형 기준을 새롭게 상향했다. 이 기준은 같은 해 7월 이후 기소된 사건부터 적용됐다. 기술침해범죄 양형기준에 ‘산업기술 등 침해행위’ 유형을 신설하고, 양형기준 명칭을 ‘지식재산·기술침해범죄’로 변경했다. 기존에 양형기준이 없던 국가핵심기술 등을 포함해 새로운 형량표와 양형인자표를 마련, 기술침해범죄의 특수성에 맞춘 합리적 양형기준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국가핵심기술 등 국외침해의 권고형량은 최대 18년까지 높아졌다. 산업기술 국내침해의 최대 권고형량은 기존 6년에서 9년으로, 산업기술 국외침해는 9년에서 15년으로 각각 상향됐다.
기술유출 사건에서 법원이 최근 형량을 높게 선고하는 것은 양형기준 상향의 영향도 있지만, 기술안보를 지켜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와 산업 경쟁력 유출에 대한 위기감도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 기업 관계자는 “기업의 기술은 우리나라 미래 밥그릇인데, 이제라도 해외 유출로부터 지켜내야 한다는 분위기가 고조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한다. 기술유출 사건의 처벌 수위를 연구해온 한 교수는 “양형기준이 올라가면서 법원의 형량이 과거보다 높아진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라며 “미국은 기술유출 사건에 10년형을 선고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제야 1~2년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은 기술유출을 국가안보와 산업경쟁력 침해 행위로 간주해, 관련 범죄에 대해 훨씬 처벌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다. 미국은 2016년 ‘영업비밀보호법(DTSA)’ 제정을 통해 경제스파이법을 개정하면서 영업비밀 유출 행위에 대한 연방 차원의 처벌 근거를 강화했다. 도난·부정 이용으로부터 보호받는 영업비밀의 범위를 넓히고, 벌금 산정 시 연구개발 투자비와 재생산 비용까지 고려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전우정 한국과학기술원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지식재산대학원 조교수는 지난해 연구 논문 ‘기술 영업비밀 해외유출 방지 대책에 관한 연구’을 통해 “미국 양형위원회는 기술유출 범죄의 피해액 규모에 따라 세분된 양형 단계를 적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이처럼 피해액·이득액 구간을 촘촘히 나누는 방식이 도입될 경우 보다 합리적 양형 체계로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의원도 “미국 등 주요국이 기술유출을 국가안보 차원 범죄로 간주해서 엄벌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우리는 그동안 법정형에 비해 실제 형량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지적이 늘 제기된다”면서 “사법부가 앞으로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엄정한 형량을 유지해야 범죄 예방 효과를 실질적으로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