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 직후 주가 1000원대에서 30만원으로 급등
法 “증여 직전까지 40만~48만원 매수 수요 有”

대규모 투자 유치를 앞두고 남편으로부터 회사 주식을 증여받은 김재현 당근마켓 창업자의 배우자가 12억 원에 달하는 증여세를 내게 됐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양순주 부장판사)는 최근 당근마켓 창업자인 김 최고전략책임자(CSO)의 배우자 문모 씨가 잠실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증여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문 씨 측이 항소하지 않으면서 결과는 11일 확정됐다.
문 씨는 2021년 7월 남편인 김 CSO로부터 당근마켓 보통주 1만 주를 증여받았다. 당시 당근마켓은 2020년 약 130억 원, 2021년 약 364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재무상 적자였지만 약 180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앞두고 있었다.
실제로 회사는 2021년 8월 투자자들에게 1주당 약 32만5000원에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해 총 1788억 원을 유치했다. 이로 인해 2021년 6월 111억 원에 불과했던 순자산가액은 약 1899억 원으로 급증했다.
문 씨는 증여 당시 주식을 1주당 1031원으로 평가해 약 200만 원의 증여세만 신고·납부했다. 그러나 제주세무서는 증여일 전후 주당 30만 원에 거래된 사례를 근거로 증여 재산의 평가 금액을 30억 원으로 산정했다. 이후 약 8억 원의 본세에 가산세를 더해 최종 11억9393만 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문 씨는 이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제주세무서는 뒤늦게 주식 거래 규모가 법정 기준(발행주식총액의 1%)에 못 미쳤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부산국세청에 시가 심의를 신청했지만, 이미 불복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반려됐고 결국 2023년 3월 스스로 부과 처분을 취소했다.
제주세무서는 다시 시가 심의를 신청했고 주당 30만 원의 거래가격이 정당하다는 결론을 받았다. 그 사이 주소지가 서울로 옮겨져 관할이 바뀌었고, 잠실세무서는 2023년 9월 약 12억 원의 증여세를 재차 부과했다.
문 씨 측은 ‘세무서가 한 차례 처분을 취소하고 동일한 세액을 다시 부과한 것은 재처분을 제한한 원칙에 반한다’며 소송을 냈다. 또 증여 시점엔 회사 가치가 낮았으므로 시가 평가도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종전 처분 취소는 절차상 하자를 보완하려는 조치였을 뿐”이라며 “투자 유치가 사실상 확정돼 있었고 증여 직전까지 40만~48만 원 수준의 매수 수요가 존재한 점을 고려하면 세무서의 평가가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투자 직전 시점의 증여가 예상치 못한 고액 과세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한 조세 전문 변호사는 “비상장 주식은 증여일 전후 일정 기간에 거래 사례가 있으면 그 거래가액이 곧 시가로 인정되는 구조”라며 “만약 과세당국이 제시한 30만 원보다 낮은 시가를 입증할 자료가 있다면 다툴 수 있겠지만, 이번 사건은 그런 근거가 없어서 항소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