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증인 채택을 둘러싸고 시작부터 여야의 고성이 오가며 파행 조짐을 보였다. 통상 대법원장은 인사말만 남기고 퇴장하지만,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조 대법원장의 이석 여부를 언급하지 않은 채 신분을 ‘참고인’으로 전환해 질의를 강행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고,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의 질의가 이어지는 동안 조 대법원장은 발언을 자제한 채 침묵을 지켰다.
국감에 앞선 모두발언에서 추 위원장은 “누구보다 법을 존중해야 할 대법원장께서 관례라는 말로 책임을 회피할 방패로 삼으시지 않기를 바란다”며 “국회의 질의에 응답하고 국민 앞에 소명하는 것은 헌법 제7조의 공무원의 책무이자 헌법 제61조의 국정감사 조사권에 따른 당연한 의무임을 다시 한번 상기해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조 대법원장은 증인 출석에 선을 그었다. 그는 인사말에서 “저에 대한 이번 국정감사의 증인 출석요구는 현재 계속 중인 재판에 대한 합의 과정의 해명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국정감사는 계속 중인 재판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8조뿐만 아니라 사법권의 독립을 규정한 대한민국헌법 제103조, 합의의 비공개를 규정한 법원조직법 제65조 등의 규정과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대선을 앞둔 시점에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이례적으로 신속히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며 이를 ‘사법부의 대선 개입’으로 규정, 조 대법원장의 증인 출석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조 대법원장은 앞서 국회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상태였다.
추 위원장은 절차를 멈추지 않았다. 추 위원장은 “지금 대법원장은 증인이 아니다. 증인 선서 전에 참고인이 되는 것”이라고 밝히며 진행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합의가 안 된 것”이라며 기립해 항의했고, 나경원 의원은 “이 헌정 사상 전대미문에 기괴한 국감을 진행하시지 말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최혁진 의원은 “나경원 의원은 들어오면 안 된다. 기업으로 따지면 남편이 계열사 사장이 아니냐”며 “나가달라”고 맞받았다.

첫 질의에 나선 최 의원은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관련 일본 기업 상고심 판결을 거론하며 대법원의 친일 성향을 문제 삼았다. 그는 조 대법원장과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합성해 ‘조요토미 희대요시’라고 적은 판넬을 들어 보였고,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절차와 강행 처리의 부당성을 거듭 지적했다. 나경원 의원은 “대법원장을 이석하게 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조배숙 의원은 “참고인이 동의하지 않는 참고인 진술은 있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신동욱 의원은 “참고인 강제로 앉혀도 되냐. 수사기관도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질의 순서를 이어받은 조배숙 의원은 “지금 왜 재판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했느냐 이거 아니냐”며 “이재명 대통령 무죄 만들려고 하는 것 아니냐.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추미애 위원장님 제발 이렇게 하시면 안 된다.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동욱 의원은 “이 장면은 대한민국 사법부가 무너지는 장면이고 대한민국 국회가 무너지는 장면”이라며 “한덕수가 조희대가 만났다는 그 한 가지 거짓 뉴스를 가지고 지금 대한민국 사법부를 이렇게 망가뜨리면서 부끄럽지 않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여러분들의 목표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재명 범죄 흔적 지우기 아니냐”고도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하는 가운데, 민주당 의원들은 조 대법원장을 상대로 대선 개입 의혹을 캐묻는 질의를 이어갔다. 추 위원장은 국회 경위에게 “국회 경위는 위원장석을 확보해달라”고 요청하며 회의를 계속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일제히 일어서서 범여권 의원들을 향해 “이게 국정감사냐. 조 대법원장이 이석하게 해달라 하지 않나. 이게 감금이다”라고 항의했다.
민주당 측 질의가 마무리되고 감사 중지 선언이 내려진 뒤에야 조 대법원장은 국감장을 떠났다. 조 대법원장은 국회를 나서며 ‘다시 올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마무리 이야기를 할 때 필요한 부분을 이야기할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