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택연금 신규 가입자 3년째 '제자리'…"지방 맞춤형 지원책 필요" [노후 버팀목, 주택연금 그늘 上]

올 7월 기준 주택연금 신규 가입 8253건
지난해 가입자 수와 비슷한 수준 유지할 듯
평균 월지급금 146만 원…비수도권은 절반
"고령층 생활 수단…제도 설계 정교화해야"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노후 공백을 메워줄 ‘주택연금’이 안전망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에 묶인 자산을 소득으로 전환해 공적연금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정책 취지는 외면받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월지급금 격차가 크고 지방의 낮은 주택 가격이 제도 확산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어가는 한국에서 주택연금이 단순한 금융상품을 넘어 노후 빈곤을 막는 공적연금 보완제 역할이 커지는 만큼 현실에 맞는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주택금융공사(HF)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주택연금 신규 가입 건수는 8253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가입 건수(1만4670건)의 절반 수준이다.

주택연금은 만 55세 이상인 주택 소유자가 자신이 거주하는 공시가격 12억 원 이하의 주택을 국가에 맡기고 평생 연금을 매달 받을 수 있는 제도다. 통계청·한국은행·금융감독원 공동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가구의 자산 중 81.2%는 부동산 등 실물자산으로 구성돼 있다. 은퇴 후 안정적인 현금 소득이 끊기면서 자산은 많지만 실제로 쓸 돈이 부족한 고령층이 늘어나 주택연금 제도 활성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주택연금 신규 가입자는 최근 3년간 제자리걸음이다. 연도별로 △2022년 1만4580건 △2023년 1만4885건 △2024년 1만4670건으로 정체돼 있다. 올해도 상반기 흐름을 고려하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주택연금 전체 가입률도 현저히 낮다. 2007년 제도 도입 후 누적 가입자는 14만5466명이다. 가입 가능한 750만 가구의 2%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가입자는 주로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올해 1~7월 서울과 경기에서 각각 1670건, 2650건이 가입하는 등 수도권(서울·경기·인천) 가입자가 전체의 58.6%를 차지했다. 반면 지방은 경북(187건), 충남(158건), 충북(150건), 울산(135건), 제주(50건), 세종(29건) 순으로 가입 건수가 적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주택가격 격차가 커지면서 월지급금 수준 차이가 확대됐고 이로 인해 전체 가입률이 정체되고 있는 것이다.

민간 은행에서 출시한 주택연금 가입은 더욱 저조한 실정이다. 현재 민간 주택연금 상품을 운용 중인 주요 금융사는 KB국민은행(KB골든라이프 주택연금론), 신한은행(미래설계 크레바스 주택연금대출), 하나은행(하나더넥스트 내집연금) 등이다.

가입 건수는 한 자릿수에 그친다. 올 8월 기준 신한은행은 가입 실적이 없고, 국민은행도 6건에 불과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금공이 운영하는 상품은 주택가액과 연금 산정액이 상대적으로 높고 이자율은 낮아 고객들이 민간 상품보다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주택연금 활성화를 위해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하나은행이 공시가격 12억 원 초과 주택도 가입할 수 있는 '내집연금'을 출시하자 금융위원회가 이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다. 기존 주금공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없었던 공시가격 12억 원 초과 고가주택 보유 고령자도 종신형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단순한 상품 확대로는 주택연금의 구조적 한계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비수도권 가입 활성화를 위해 지방자치단체 연계 보조나 감정평가 비용 지원 등 맞춤형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의원은 "자산은 있지만 현금이 없는 노년층이 늘고 있다"며 "고령층의 실질적 생활안정을 위해 주택연금 제도가 수도권뿐 아니라 농어촌까지 닿을 수 있도록 제도 설계를 정교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의 무게중심을 수도권에서 지역으로 옮길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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