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주거, 소비 분절 → 계층 이동 사다리 붕괴 우려
수도권 인구 쏠림 현상 심화…집값 차이도 17년 만에 최대
고소득층, 저소득층 대비 여가 소비 지출 커…계층 고착화 심화
정치의 언어는 타협이 아닌 대립으로, 경제의 온도는 계층에 따라 극단으로 갈라졌다. 부와 일자리, 교육과 기회가 양극단으로 치닫자 중산층은 붕괴되고 청년 세대는 계층 이동의 희망을 잃었다. 공존의 균형은 무너진 지 오래다. 이념보다 감정이 정치의 기준이 되고 사회는 협력 대신 불신으로 굳어갔다.
최근 방한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는 “민주주의 안에서도 최소한의 공존이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한국의 부의 집중이 민주주의 지속 가능성을 흔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양극화는 이제 소득의 문제가 아니라 체제의 문제다. 성장과 신뢰, 민주주의의 토대를 동시에 흔드는 시대의 균열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본지는 그 균열의 원인을 진단하고 다시 공존의 질서를 세우기 위한 해법을 모색한다.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한국 사회의 양극화는 교육, 주거, 소비 등 우리 일상의 모든 면을 분열시키고 있다. 교육, 주거, 소비 등 삶에서 나타나는 분절은 결국 계층의 이동 사다리를 붕괴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3일 통계청의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작년 기준 월 평균 소득이 800만 원 이상인 가구의 학생 월평균 사교육비는 67만6000원으로 나타났다. 이어 월 평균 소득이 500만 원~600만 원 수준의 가구는 44만 원의 사교육비를 지출했고 소득 300만 원 미만 가구는 20만5000원에 그쳤다.
사교육 참여율도 소득 수준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소득이 높은 가구(월 평균 800만 원 이상)의 참여율이 87.6%인 반면 소득이 낮은 가구(월 평균 300만 원 미만)는 58.1%로 나타났다.
작년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약 29조2000억 원으로, 2021년부터 4년 연속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하면 소득 수준에 따라 느끼는 교육 양극화는 더욱 클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6대 광역시에서 서울대학교 합격한 합격자 수가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출신보다 적었다는 2024학년도 서울대 합격자 통계는 교육 양극화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이렇다 보니 수도권 인구 쏠림 현상도 심화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수도권으로 순유입된 청년층은 6만1000명으로 최근 20년간 19~34세 청년층은 해마다 수도권으로 순유입됐다. 이들이 수도권을 찾은 이유는 직업과 교육 때문으로 분석됐다.
반면 40~64세 중장년층은 2007년부터 순유출이 지속돼 지난해 1만8000명이 수도권을 떠났다. 이들이 비수도권으로 이동한 이유는 자연환경, 주택, 직업 때문으로 나타났다.
인구 쏠림 현상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집값 차이도 만들어냈다. 수도권과 지방 아파트 가격 차이가 약 17년 만에 가장 크게 벌어진 게 대표적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7월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 지수는 수도권과 지방이 각각 152.0, 105.2를 기록했다.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 지수는 2017년 11월을 100으로 해서 산출된다. 특히 수도권과 지방의 아파트 가격 차이를 보여주는 수도권 대비 지방의 가격지수 비율은 1.4449로 2008년 8월(1.4547)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비 등 여가 측면에서도 계층은 철저히 분리됐다. 통계청의 가계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 소비 지출은 130만4000원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소비는 주로 식료품·비주류 음료(22%), 주거·수도·광열(19.4%), 보건(11.3%)에 쓰였다. 지출의 절반 이상을 생계유지에 쓴 셈이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월 소비 지출은 494만3000원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소득 1분위와 비교해 식료품·비주류 음료(12.5%), 주거·수도·광열(8.7%), 보건(7.2%) 등에서 소비 비중이 낮았다. 대신 음식·숙박(15.6%), 교통·운송(15%), 오락·문화(6.8%), 의류·신발(5.5%) 등의 분야에서 소비했다. 소득 1분위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여가에 더 많은 소비 비중을 둔 셈이다.
전문가들은 교육, 주거, 소비의 격차가 한국 사회의 계층 간 이동 사다리를 파괴, 고착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 실제로 2024년 소득 이동성 비율은 34.9%로, 2020년 35.8%에서 지속 하락하며 계층 고착화가 심화됐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양극화는 사회 총체적인 문제”라면서 “교육 기회가 있는 사람은 그만큼 자녀에게 투자하고 그 자녀는 교육뿐만 아니라 취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혜택을 보게 되면서 사회 계층문제로 이어지고 있어 양극화는 복합적인 문제”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