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대구 황금동 사업 좌초에...PF 우발채무 ‘1조 리스크’ 부각 [숫자로 보는 건설사⑦-끝]

황금동 주상복합 EOD로 대위변제 부담...지방 사업장 미분양 적체 ‘변수’

▲호반건설 사옥 전경 (호반건설)

호반건설이 대구 수성구 황금동에서 추진하던 주거 단지 개발이 좌초되면서 호반건설의 재무 리스크가 점차 현실화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나온다. 호반건설의 '잠재적 빚'을 뜻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우발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조 원에 육박한 바 있다. 현재 진행 중인 PF 사업이 흔들릴 경우 부채가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등에 따르면 호반건설의 지난해 말 기준 PF 우발채무는 9528억 원으로 전년(5494억 원) 대비 4033억 원(73.4%) 늘었다.

'잠재적 부채'로 분류되는 PF 우발채무는 아직은 빚이 아니지만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기업이 책임을 져야 하는 불안한 부채를 뜻한다. 통상 시행사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빌릴 때 건설사가 책임준공, 지급보증 등의 방식으로 신용을 보강해주며 생긴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말 기준 △김포 학운5일반산업단지 개발사업(98억 원) △광주 일곡공원개발사업(697억 원) △김포 풍무역세권개발사업(262억 원) △영천 일반산업단지 개발사업(345억 원) △대구 황금동 주상복합 개발사업(3975억 원) △경산 상방공원 개발사업(1951억 원) 등 PF 사업장에 대해 보증을 제공한 바 있다.

문제는 사업이 계획대로 흘러가면 문제는 없지만, 분양이 지연되거나 자금 여력이 떨어지면 건설사가 그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이 같은 일이 대구 황금동 주상복합 개발사업에서 실제로 발생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본 PF로 전환, 사업이 순항하는 듯 보였으나 이자 미지급과 자금 경색 등이 겹치며 결국 EOD(채무불이행) 상태에 돌입했다. 시행사 대신 호반건설이 직접 대위변제를 실시했고 현재 해당 자산은 공매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 사업 하나만으로도 약 3975억 원의 보증 책임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회사의 부담이 결코 적지 않다.

다른 사업장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대표적으로 경산 상방공원 개발사업의 경우 호반건설은 해당 사업의 기존 PF 대출(2000억 원 규모) 상환을 위해 지난 5월 리파이낸싱을 진행, 이 과정에서 총 대출 규모는 24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기존 자금으로는 사업이 돌아가지 않아 호반건설 측이 만기 연장 혹은 상환 유예를 위한 임시처방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해당 사업과 관련해 “추가 조달계획은 없으며, 분양일은 검토 중”이라고만 밝혔다.

아직 분양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분양 수익이 언제 생길지 모르는 상황에서 PF 이자 지급과 원리금 상환 압박은 계속 누적될 수밖에 없다. 특히 지방 중소도시인 경산은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 분양 성과에 따라 사업 자체의 수익성이 크게 달라질 위험도 있다. 결국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황금동과 같은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호반건설이 참여한 PF 사업 다수가 지방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은 리스크를 더욱 키운다. 최근 몇 년간 대구, 광주 등지의 분양시장은 심각한 미분양 적체 상태를 겪고 있다. 호반이 보증을 제공한 PF 사업 대부분이 이 같은 지방에 위치해 있어 우발채무의 현실화 가능성이 적지 않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사는 낮은 부채비율과 안정적 포트폴리오, 충분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일부 지방사업장 변수와 우발채무 등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호반건설의 연결 기준 자본 총액은 5조1147억 원, 부채 총액은 2조7343억 원으로 부채비율은 53%를 기록했다. 이는 다른 건설사들 대비 양호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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