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 때리기’에 기업도 놓칠 위기…美기업 73% “中 남겠다”

무역 불확실성 잔류 이유로 들어
절반 이상은 중국 투자 계획
무차별 관세에 ‘중국+1’ 공급망 전략 붕괴
시진핑 ‘자유무역 수호자’ 이미지 부각할 듯

▲8월 13일 중국 산둥성 항구에 컨테이너 선박들이 정박해 있다. 산둥성(중국)/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가 역효과를 내고 있다. 대중국 압박으로 외교에 막대한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자국 기업들의 ‘리쇼어링(제조업 본국 회귀)’ 유인에도 실패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일(현지시간) 미·중비즈니스위원회(USCBC) 조사를 인용해 중국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미국 기업 4곳 중 3곳 가까이가 현지에 남을 계획이며, 절반 이상은 대중국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7월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207개 미국 기업 가운데 73%는 현지에 머물 것이라고 답했다. 이 가운데 52%는 올해 중국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생산을 다시 미국으로 이전할 것을 고려하는 기업은 20%에 불과했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 인상과 향후 무역정책 불확실성으로 많은 기업이 오히려 중국에 남는 편이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폴리티코는 설명했다. 스티븐 라마 미국 의류·신발협회(AAFA)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미·중 무역협상 등과 관련해 많은 기업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어느 정도 파악될 때까지 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들은 중국을 떠나 잘못된 장소에 생산 시설을 두는 결과를 원치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과 더불어 다른 나라에도 생산거점을 두는 이른바 ‘중국+1’ 전략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포화에 노출되면서 기업의 선택지가 더 줄어들었다. 대체 생산지에서 이전보다 높은 관세에 직면하게 되면서 중국 의존도를 줄일 수 없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실제로 ‘포스트차이나’로 꼽히던 인도는 트럼프 정부로부터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받았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도 각각 20% 안팎의 관세를 물고 있다.

결정적으로 미국의 공급망 생태계 자체가 단기간에 중국을 대체할 만큼 성숙하지 못해 ‘리쇼어링’ 공약은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타이달웨이브솔루션즈의 카메론 존슨 수석파트너는 “이 모든 것들은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에는 생태계도, 인력도, 세제 혜택도, 자금도 없다”고 분석했다.

미국 기업 중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을 감당하지 못하는 곳들은 이미 휘청이고 있다. 가정용품 소매업체 앳홈그룹과 완구·문구 공급업체 IG디자인그룹은 6월 이후 잇따라 파산을 신청했다. 매출을 위축시킨 원인으로 관세를 꼽았다.

커 기브스 상하이 미국상공회의소 전 회장은 “중국 공급업체에 의존하는 미국 기업들의 파산이 최근 몇 달 새 하키 스틱 모양으로 치솟았다”며 “그들은 관세와 불확실성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들은 마비 상태에 빠졌다”며 “관세 자체보다 관세가 오를지 내릴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마비를 초래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한편 미국 기업들의 대중 투자 유지 방침은 자국 경기둔화와 부동산 침체 속에서 3일 열병식으로 자신의 리더십을 지키려는 시진핑 국가주석에게는 낭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정책에 불만을 품은 국가들과 연대해 ‘자유무역 수호자’ 이미지를 부각하며 영향력 확장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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