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유학생⋯국내 취업·정주로 이어지려면

국내 대학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 수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이들이 졸업 후 한국에서 취업하고 정착하는 과정에는 여전히 높은 장벽이 놓여 있다. 2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상당수 유학생이 한국에서 커리어를 이어가길 원하지만 취업 기회를 얻지 못하거나 언어·비자 제도에 막혀 본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글로벌 인재 확보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단순한 유학생 유치에 그치지 않고, 이들이 졸업 이후에도 한국 사회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광운대에서 만난 오트(네팔·32)는 한국에서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전자바이오물리학과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오트는 “한국 기업이나 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싶지만 언어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전공 역량은 충분한데도 한국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이날 만난 다른 광운대 이공계 유학생 6명도 모두 졸업 후 한국에서 취업하길 희망했지만 한목소리로 언어 문제를 지적했다. 모로코에서 온 라니아(32)는 “한국에서 일자리를 찾고 싶은데 한국어를 못해서 고민이 많다”며 “박사 후 연구원(포닥) 자리에 지원해 볼 계획이고 만약 안 되면 본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유학생들은 대학 등에서 한국어 교육을 받을 기회가 확대된다면 취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공 분야에서는 언어 능력이 절대적이지 않은데도, 채용 공고 대부분이 높은 한국어 수준을 요구해 기회가 줄어든다고도 했다.
고려대 기계공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인 파리스(요르단·23)는 “디자인이나 기술 위주의 직군은 한국어 실력이 다소 부족해도 채용이 가능한 분위기가 생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학생들은 비자 문제도 큰 장벽으로 꼽았다. 파리스는 “졸업 후 받을 수 있는 구직 비자는 6개월짜리인데 이후에도 취업하지 못하면 연장 심사를 받아야 한다”며 “은행에 일정 금액 이상의 예치금이 있다는 걸 증명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유학생은 졸업하면 기존 D-2(유학) 비자가 소멸돼 D-10(구직) 비자로 전환해야 한다. 구직 비자는 최초 6개월간 발급되고 최대 2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단 연장을 위해선 취업 활동을 증빙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특히 300만 원 이상의 은행 잔고 증명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유학생들에겐 부담이 된다는 설명이다.
취업이 확정되면 E 계열 비자로 다시 전환해야 한다. E-3 비자는 대학·연구기관·기업 연구소에서 연구 활동을 하는 외국인에게 부여되며, 1년 단위로 최대 5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전문 직종 외국인 근로자가 받는 E-7 비자도 최대 5년까지만 체류할 수 있다. 심사 조건이 까다로운 데다 고용 기업 입장에서도 행정 부담이 크다.
광운대에서 플라즈마바이오디스플레이 박사 과정 진학을 앞둔 안나(인도·33)도 “외국인 유학생 중에는 실력이 충분해도 E-3나 E-7 비자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귀국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 입장에서도 외국인을 채용할 때 제도가 복잡해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오트도 “외국인을 채용하는 일자리 자체가 적은 데다가 고용이 되더라도 비자 기간이 짧아 장기 근무가 쉽지 않다”며 “한국이 과학 기술에 강점이 있는 나라인 만큼 더 오래 머물며 커리어를 쌓고 싶은데 제도는 그만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학생들은 취업 정보를 얻을 통로가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현재 대학 내 상담 시스템은 대부분 학부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대학원생은 심리적·진로적 도움을 받기 어려운 구조다. 안나는 “유학생들이 취업 정보를 얻고 구직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창구나 센터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러 제도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유학생들은 한국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은 긍정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파리스는 “처음엔 선진국이고 좋은 대학이 있는 나라라고만 생각했는데 지내보니 생활이 즐겁고 삶의 질 측면에서도 만족스럽다”며 “기회를 얻을 수만 있다면 계속 한국에 머물며 일하고 싶다”고 했다.
안나도 “한국은 장학금 기회가 많고 생활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어 외국인 학생이 공부하고 지내기에 좋은 나라”라며 “박사 과정을 준비하며 여러 나라에 지원해봤지만 한국만큼 유학생을 위한 제도와 환경이 잘 갖춰진 곳은 드물다”고 말했다. 그는 “유학을 고민하는 본국 학생들에게도 한국을 추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도에서 온 나젠드라 카우식 광운대 전자바이오물리학과 교수는 “많은 유학생이 한국에 남아서 일하고 싶어 한다”면서 “정부에서 기업이 외국인을 적극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유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