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이공계 유학생에 초기 정착부터 취업까지 지원
전문가 “첨단산업 해외 인재 확보에 범부처 협력” 당부
반도체·인공지능(AI)·바이오 등 첨단산업 인재 확보 경쟁이 국가 간 전면전으로 번지면서 국내 대학들도 우수 이공계 외국인 유학생 유치 전략을 전면 재정비하고 있다. 단순한 학문적 교류를 넘어 과학기술 경쟁력과 산업 생태계의 미래를 좌우할 전략 자산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도 이에 발맞춰 지원을 확대하며 ‘글로벌 인재 전쟁’에 가세했다.

10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대 공과대학은 DB김준기문화재단과 손잡고 4억 원 규모의 장학금을 약정 받아 베트남 우수 공학 인재 양성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현지 영재고·주요 대학 출신 학부생에게 등록금과 생활비 전액을 지원해 한국에서 고학력 연구개발 핵심 인력으로 키우는 것이 골자다. 학년 제한 없이 정원 외 편입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황원태 서울대 공대 국제교류위원장(기계공학부 교수)은 “베트남을 시작으로 해외 현지를 직접 방문해 글로벌 인재를 발굴하겠다”며 “더욱 글로벌한 인재 양성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포스텍은 2026학년도부터 처음으로 외국인 학부생을 선발한다. 전 과정 영어 강의와 국제 경쟁력 강화를 앞세워 매력적인 학습 환경을 제공, 우수 인재 유입을 확대할 계획이다.
포스텍 관계자는 “국제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한 환경 구축을 위해 외국인 학부생을 유치하기로 결정했다”며 “해외 우수 인재 유치가 대학의 발전을 위한 중요한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 과정이 영어 수업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서울과학기술대는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석·박사 과정뿐 아니라 협력기업·소재·부품·장비 분야와 연계한 현장 연구·기술혁신 활동을 지원할 방침이다. 해외 유수 고등학교와 연계해 선발 효율을 높일 예정이다. 재정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교육의 질을 높이고,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방자치단체도 우수 외국인 이공계 인재 확보 경쟁에 동참했다. 서울시는 최근 ‘서울 테크 스칼러십’이라는 이공계 석사과정 장학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테크 스칼러십은 석사 기간을 고려해 한 사람당 최대 2년까지 장학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등록금과 생활비뿐 아니라 항공료, 건강보험료까지 포함해 초기 정착과 학업 전반을 포괄적으로 지원해 준다. 시는 지난해 6억500만 원을 들여 △파키스탄(4명) △카자흐스탄(2명) △베트남(2명) △이란(1명) 등 총 9명을 선발했고, 올해 30명을 추가로 모집해 총 27개국, 39명으로 수혜 대상을 확대한다.
생활·취업 여건도 개선된다. 법무부가 주관하는 ‘광역형 비자 시범사업’을 통해 서울시 추천 8개 대학 소속 이공계 유학생 250명은 주 30시간까지 시간제로 근무할 수 있다. 매년 1회 인턴십을 위해 휴학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됐다.
전문가들은 단순 유학생 증가가 아니라 산업 수요에 맞춘 정밀 유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인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우수한 이공계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반도체, AI, 바이오, 로봇 등 첨단기술 분야의 장학금 프로그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해외 인재를 전략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범부처 협의체를 구축해야 한다. 협의체를 중심으로 필요한 인재를 분석하고 단계적으로 정책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