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옆에서 셀카”…정부가 키우는 다크투어 [재난관광이 뜬다 ②]

일본서 동일본 대지진 기리는 ‘부흥 투어리즘’ 성행
무너진 학교 건물 등 돌아보며 방재 교육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이어 전쟁 피해 지역도 모색
시리아·인니·가이아나 등 관광지 마련 분주

▲우크라이나 시내에 고철이 된 러시아군 탱크가 전시돼 있다. 출처 워 투어스 우크라이나 홈페이지
다크투어리즘 시장이 나날이 커지자 각국 정부가 나서서 관광지를 조성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동일본 대지진 14주기를 맞아 일본 내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이른바 ‘부흥 투어리즘’을 내걸고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진 피해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는 상황에서 재해 지역들을 중심으로 관광 코스를 만들어 자연재해로부터 교훈을 얻고 관광을 부흥시킨다는 두 가지 목표를 가진다.

일례로 후쿠시마현 나미에 마을에는 지진 재해 당시를 그대로 보여주는 초등학교가 있다. 올해 2월 대만 교육 관계자들이 이곳을 견학했다. 관계자들은 쓰나미로 부서진 체육관 등을 돌면서 재해 당시의 상황을 듣고 대처 방안 등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방자치단체는 지진 재해 상황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 음식이나 산업을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병행해 관광의 의미를 더하려 노력 중이다.

방사능 유출 사고가 났던 후쿠시마 제1 원전을 중심으로는 ‘희망 투어리즘’이라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2016년 시작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수학여행부터 기업 연수까지 다양한 목적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2019년 45건에 그쳤던 프로그램 신청은 지난해 400건을 넘은 것으로 전해졌다. 동일본 대지진 후 설치된 일본 부흥청의 관계자는 “부흥 투어리즘은 관광객의 방재 의식을 높이고 교류 인구 확대나 지역 경제에 공헌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원전 사고 중심지인 체르노빌을 공식 투어 코스로 열어두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019년 체르노빌 인근에 새로운 산책로를 개방하고 주변 휴대전화 수신 감도를 향상하는 법령에 서명했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은 “체르노빌은 우크라이나라는 국가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왔다”며 “이제는 바꿔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이어 “체르노빌은 거대한 인재 이후 자연이 다시 태어난 지구상 특별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BBC방송은 체르노빌 일대가 여전히 일반적인 수준보다 방사능 수치가 높지만, 매년 수천 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체르노빌을 넘어 우크라이나 전역이 다크 투어리즘으로 주목받고 있다. 러시아 공습을 받아온 하르키우, 이르핀 등이 특히 그렇다. 이미 우크라이나 국립관광개발청이 관광 가이드를 위한 구체적인 교육과 키이우 일대 추모 투어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국립관광개발청의 마리아나 올레스키프 국장은 AFP통신에 “전쟁 관광은 많은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지만, 시장은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전쟁 중인 만큼 의견은 갈린다. 이르핀 지역 의원인 미하일라나 스코리크-슈카리브스카는 “주민들 대부분은 다크 투어리즘이 괜찮다고 하지만, 일부 주민은 여기서 얻는 수익을 피 묻은 돈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석유와 함께 관광이 주요 소득원인 시리아에서도 지난해부터 국가 차원에서 다크 투어리즘을 권장하고 있다. 오랜 내전으로 주요 유적지가 파손되고 위험 국가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관광은 국가 경제를 위해 놓칠 수 없는 분야다. 중동 매체 라시프22는 “시리아 정부는 콘텐츠 제작자와 유튜버들에 다크 투어리즘을 장려해 왔다”며 “시리아 국영 매체도 관광 재개를 강력히 홍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독재 정권이 물러나고 과도 정부가 들어서면서 서방과의 교류에 적극적인 만큼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더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도 인도네시아 정부가 화산 관광 산업을 지원하고 있고 가이아나 정부가 수십 년 전 사이비종교 신자 900명이 집단자살한 장소를 관광지로 검토하는 등 다크 투어리즘을 노리는 국가들은 계속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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